[비마이너] 서울시, 장애인지원주택 ‘필요도 조사’ 실시해 입주민 ‘강제퇴거’ 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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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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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문에 있는 장애인지원주택 재계약 대상자 서비스필요도 조사 시행개요. “조사결과 점수 70점 이상자 재계약 추진하고 점수 70점 미만자는 퇴거 추진”이라고 적혀있다.
지난 3월, 올해부터 서비스필요도 조사 시행 알림 공문 발송
건강한지·집이 깨끗한지·지인이 자주 방문하는지 등 평가해
70점 미만이면 강제퇴거… 입주민 “쫓겨나면 갈 곳 없어”
입주민연대체 결성 “명백한 장애인의 거주권 침해”
“필요도 조사 폐지하고 지원주택 공급 늘려라”
최근 서울시가 장애인지원주택 재계약 대상자에게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실시하여 70점 미만인 입주민을 퇴거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서울시는 장애인자립지원주택이 있는 10개 자치구에 ‘장애인지원주택 재계약 대상자 서비스필요도 조사 시행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장애인지원주택 입주민들은 ‘서울지원주택입주민인권연대’(아래 입주민인권연대)를 결성하고 8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의 ‘능력’을 평가해 지원주택에서 강제 퇴거시키는 필요도 조사의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 취약계층 주거 안정 위한 특정감사, 결론은 조사 실시해 장애인들 내보내라?
서울시는 2018년 5월 ‘서울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부터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 왔다. 지원주택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주거를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기존에 주거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원주택이 도입되면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부족한 중증장애인들도 지원주택에 입주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장애인지원주택은 전국에서 서울시가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로, 탈시설이 불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온 최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 필요한 모범적 제도로 평가받아 왔다.
지원주택 입주자는 소득 및 자산에 대한 심사(1차 심사)와 서비스필요도 심사(2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서비스필요도 심사에서는 서비스필요도, 현재 주거상태, 향후 계획 등을 조사한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최대 20년 동안 지원주택에 거주할 수 있으며,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5년 현재 10개 자치구(강동구·구로구·금천구·노원구·동대문구·서대문구·성북구·송파구·양천구·은평구)에서 267명의 장애인이 지원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2025년 9월 이후에 재계약을 하는 입주민들은 필요도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2023년 실시된 ‘취약계층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실태 특정감사’가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취약계층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0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취약계층 주거 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위원회는 입주 시 서비스필요도 조사 업무가 부적정하다고 지적하며 ‘재계약을 위한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시행할 것’을 명했다.
감사위원회는 “입주자 선정은 주거유지지원서비스 제공을 통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입주자가 우선적으로 선발되어야 하고, 서비스가 24시간 필요하거나 서비스 없이도 생활 가능한 입주자는 ‘지원주택의 공급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SH공사에서 수립한 지원주택 공급계획(2019.8) 및 지원주택 입주자 공고문(2019~2020)에는 “입주 후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6개월마다 서비스필요도를 심사해 지원서비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될 시 서비스 종료 및 퇴거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장애계는 이 같은 감사 결과가 오히려 지원주택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서울시가 장애인지원주택 공고에서 ‘와상장애인 등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입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등 장애계는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시를 진정했다. 이후 서울시는 공고를 수정해 와상장애인에 대한 입주 제한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가이드라인을 통해 “새로운 욕구평가도구를 개발할 때 의료기준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다른 전문가나 장애인의 의사결정보다 더 우월하게 높은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장애당사자가 주체자로 운영구조에 참여하고 지역사회 주택과 서비스의 시설화를 예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필요도 조사는 시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입주민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협의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아 국제 기준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서울시 지원주택 담당자에게 필요도 조사의 취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여광천 서울시 장애인지역사회거주팀 주무관은 지난 3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필요도조사 실시는 첫 번째 처음 입주했을 때와 ‘서비스 필요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입주 시 작성했던 특약서 내용과 다르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경우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 서비스 필요해서 지원주택 들어온 건데… ‘아프면 나가’라니
그러나 여 주무관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필요도 조사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를 입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조사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총 8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표는 지원주택 관리기관이 입주민의 △참여 및 협조도 △건강유지 정도 △일상생활 유지 및 사회참여 정도 △자기관리 및 위험행위 정도 △ 1인가구 유지 정도 등을 조사하여 장애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서비스 계약의 이행 및 참여, 협조 정도’ 항목이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다. ‘참여 및 협조가 자율적이고 원활한지’라는 다소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돼있다.
더 큰 문제는 ‘건강의료지원 영역’ 항목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더 많은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경우,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장애인지원주택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원주택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주 공간임에도,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록 퇴거 위험이 높아지는 모순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 밖에도 평가표에 따르면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혹은 지인이 자주 방문했다는 사유 등만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주거지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입주민에게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측정하는 조사가 아니라 ‘지원주택 관리기관이 입주민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조사에 가까운 방식이다.
또한, 서비스필요도 조사 이행 절차표에 따르면 주택 재계약 6개월 전부터 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이 입주민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운영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서울시 지원주택 장애인분과위원회를 통해 재계약 3개월 전 퇴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지만, 스스로 신청이 어려운 경우 보호자나 보조사업자 등 조력자가 이의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어 입주민의 의사결정권이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되어있지 않다.
이처럼 조사 항목과 절차 모두에서 장애인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필요도 조사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70점 못 맞으면 집 나가라는 서울시, 0점이다!”
시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탈시설 당사자인 문석영 입주민인권연대 공동대표는 “서울시에서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 ‘내 집’에 살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다른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살면서 서비스필요도 조사 같은 것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조사 결과가 70점이 나왔다고 강제로 나가라고도 하지 않는다. 필요도 조사는 사람들이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조사가 아니다. 의사처럼 사람들의 건강에 점수를 매기고, 집 청소를 잘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는 강제로 입주민을 내쫓기 위한 조사표를 마음대로 만들어 강제로 조사를 하려고 한다. 서울시는 필요도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지원주택에서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어나서부터 시설에 살고 20살에 탈시설 한 김주원 입주민인권연대 회원도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다.
주원 씨는 “시설에서 힘들었던 것은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를 싫어하는 선생님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힘들고 싫었다. 그런데 지원주택에서 살면서는 자유가 생겼다. 친구도 만나고 놀러도 갔다. 그룹홈에 있을 때 만난 동생을 지원주택에 잠시 같이 살게 해주면서 집을 얻어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주원 씨는 “내가 누구를 만나든 자유로웠다. 그렇게 지원주택에서 계속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왜 점수까지 매기면서 내쫓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조사를 하는 서울시야말로 0점이다. 필요도 조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정하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탈시설 당사자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 살기 위해 지원주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현재 경쟁률이 굉장히 높고 서울시도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지원 인력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서울시는 신청자가 늘어난다고 이미 지원주택에 거주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사를 통해 ‘나가야 될 사람은 나가야 되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활동가는 “지원주택은 장애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아주 소중한 곳이다. 예산의 문제를 탈시설 당사자와 지원주택 입주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당사자와 상의하여 필요도 조사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입주민인권연대에 따르면 이날 입주민 당사자들의 편지와 입장문, 면담요청서를 서울시 담당 직원들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서울시 측은 이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입주민인권연대는 해당 서류들을 민원실에 접수했으며,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오는 15일까지 답변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78)
지난 3월, 올해부터 서비스필요도 조사 시행 알림 공문 발송
건강한지·집이 깨끗한지·지인이 자주 방문하는지 등 평가해
70점 미만이면 강제퇴거… 입주민 “쫓겨나면 갈 곳 없어”
입주민연대체 결성 “명백한 장애인의 거주권 침해”
“필요도 조사 폐지하고 지원주택 공급 늘려라”
최근 서울시가 장애인지원주택 재계약 대상자에게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실시하여 70점 미만인 입주민을 퇴거시키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7일, 서울시는 장애인자립지원주택이 있는 10개 자치구에 ‘장애인지원주택 재계약 대상자 서비스필요도 조사 시행 알림’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발송해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장애인지원주택 입주민들은 ‘서울지원주택입주민인권연대’(아래 입주민인권연대)를 결성하고 8일 오전 11시 서울시청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장애인의 ‘능력’을 평가해 지원주택에서 강제 퇴거시키는 필요도 조사의 폐지를 강력히 촉구했다.
- 취약계층 주거 안정 위한 특정감사, 결론은 조사 실시해 장애인들 내보내라?
서울시는 2018년 5월 ‘서울시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2019년부터 장애인지원주택을 운영해 왔다. 지원주택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서비스와 함께 주거를 제공하는 공공임대주택이다.
기존에 주거만 제공하는 것과 달리 지역사회에서의 삶이 유지될 수 있도록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원주택이 도입되면서 활동지원서비스 시간이 부족한 중증장애인들도 지원주택에 입주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해 나갈 수 있었다.
장애인지원주택은 전국에서 서울시가 가장 먼저 도입한 제도로, 탈시설이 불가능하다고 규정되어 온 최중증장애인의 탈시설을 지원하고 촉진하는 데 필요한 모범적 제도로 평가받아 왔다.
지원주택 입주자는 소득 및 자산에 대한 심사(1차 심사)와 서비스필요도 심사(2차 심사)를 거쳐 선정된다. 서비스필요도 심사에서는 서비스필요도, 현재 주거상태, 향후 계획 등을 조사한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최대 20년 동안 지원주택에 거주할 수 있으며, 2년 단위로 재계약을 해야 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2025년 현재 10개 자치구(강동구·구로구·금천구·노원구·동대문구·서대문구·성북구·송파구·양천구·은평구)에서 267명의 장애인이 지원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2025년 9월 이후에 재계약을 하는 입주민들은 필요도 조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 이러한 조치의 배경에는 2023년 실시된 ‘취약계층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실태 특정감사’가 있다.
서울시 감사위원회가 지난해 7월에 발표한 ‘취약계층 지원주택 공급 및 운영실태 특정감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0월 13일부터 11월 20일까지 ‘취약계층 주거 안정 도모’를 목적으로 특정감사를 진행했다. 감사위원회는 입주 시 서비스필요도 조사 업무가 부적정하다고 지적하며 ‘재계약을 위한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시행할 것’을 명했다.
감사위원회는 “입주자 선정은 주거유지지원서비스 제공을 통해 독립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입주자가 우선적으로 선발되어야 하고, 서비스가 24시간 필요하거나 서비스 없이도 생활 가능한 입주자는 ‘지원주택의 공급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SH공사에서 수립한 지원주택 공급계획(2019.8) 및 지원주택 입주자 공고문(2019~2020)에는 “입주 후 서비스 제공기관에서 6개월마다 서비스필요도를 심사해 지원서비스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될 시 서비스 종료 및 퇴거를 하게 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음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장애계는 이 같은 감사 결과가 오히려 지원주택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으며 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2월, 서울시가 장애인지원주택 공고에서 ‘와상장애인 등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사람’을 입주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혔다. 이에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아래 발바닥행동) 등 장애계는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정책”이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서울시를 진정했다. 이후 서울시는 공고를 수정해 와상장애인에 대한 입주 제한 조항을 삭제한 바 있다.
또한,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탈시설가이드라인을 통해 “새로운 욕구평가도구를 개발할 때 의료기준에 의존해서는 안 되며, 다른 전문가나 장애인의 의사결정보다 더 우월하게 높은 지위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한다.
오히려 장애당사자가 주체자로 운영구조에 참여하고 지역사회 주택과 서비스의 시설화를 예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서울시의 필요도 조사는 시행을 계획하는 과정에서 입주민 당사자의 의견을 수렴하거나 협의하는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아 국제 기준을 위반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서울시 지원주택 담당자에게 필요도 조사의 취지를 직접 물어보았다. 여광천 서울시 장애인지역사회거주팀 주무관은 지난 3일 비마이너와의 통화에서 “필요도조사 실시는 첫 번째 처음 입주했을 때와 ‘서비스 필요도’가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함이고, 두 번째는 입주 시 작성했던 특약서 내용과 다르게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거나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경우 조치를 취하기 위함이다”라고 말했다.
- 서비스 필요해서 지원주택 들어온 건데… ‘아프면 나가’라니
그러나 여 주무관의 설명과는 달리, 실제 필요도 조사표의 내용을 살펴보면 이를 입주민에게 필요한 서비스를 지원하기 위한 조사로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총 8가지 항목으로 구성된 평가표는 지원주택 관리기관이 입주민의 △참여 및 협조도 △건강유지 정도 △일상생활 유지 및 사회참여 정도 △자기관리 및 위험행위 정도 △ 1인가구 유지 정도 등을 조사하여 장애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서비스 계약의 이행 및 참여, 협조 정도’ 항목이 가장 높은 점수를 차지한다. ‘참여 및 협조가 자율적이고 원활한지’라는 다소 주관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 평가를 하게 돼있다.
더 큰 문제는 ‘건강의료지원 영역’ 항목이다. 건강 상태가 좋지 않거나 더 많은 서비스 지원이 필요한 경우, 오히려 낮은 점수를 받도록 설계돼 있다. 이는 장애인지원주택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원주택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거주 공간임에도, 건강 상태가 악화될 수록 퇴거 위험이 높아지는 모순적인 구조라는 지적이다.
그 밖에도 평가표에 따르면 청소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 혹은 지인이 자주 방문했다는 사유 등만으로 낮은 점수를 받아 주거지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 입주민에게 ‘어떤 서비스가 얼마나 필요한지’를 측정하는 조사가 아니라 ‘지원주택 관리기관이 입주민을 얼마나 잘 통제할 수 있는지’ 평가하는 조사에 가까운 방식이다.
또한, 서비스필요도 조사 이행 절차표에 따르면 주택 재계약 6개월 전부터 지원주택 서비스제공기관이 입주민을 대상으로 자체적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운영자문위원회의 검토를 거쳐 서울시 지원주택 장애인분과위원회를 통해 재계약 3개월 전 퇴거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입주민은 이의를 신청할 수 있지만, 스스로 신청이 어려운 경우 보호자나 보조사업자 등 조력자가 이의신청을 하도록 되어 있어 입주민의 의사결정권이나 주거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절차는 마련되어있지 않다.
이처럼 조사 항목과 절차 모두에서 장애인의 주거권을 침해하는 필요도 조사를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 “70점 못 맞으면 집 나가라는 서울시, 0점이다!”
시청 앞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탈시설 당사자인 문석영 입주민인권연대 공동대표는 “서울시에서 서비스필요도 조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황당했다. ‘내 집’에 살면서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하며 잘 살고 있는데 갑자기 조사를 하겠다는 것은 차별”이라고 지적했다.
문 대표는 “다른 사람들은 자기 집에서 살면서 서비스필요도 조사 같은 것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조사 결과가 70점이 나왔다고 강제로 나가라고도 하지 않는다. 필요도 조사는 사람들이 잘 지낼 수 있게 하는 조사가 아니다. 의사처럼 사람들의 건강에 점수를 매기고, 집 청소를 잘하고 있는지 평가하는 ‘시험’”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울시는 강제로 입주민을 내쫓기 위한 조사표를 마음대로 만들어 강제로 조사를 하려고 한다. 서울시는 필요도 조사를 할 것이 아니라 입주민들이 지원주택에서 더 나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어나서부터 시설에 살고 20살에 탈시설 한 김주원 입주민인권연대 회원도 기자회견에서 발언했다.
주원 씨는 “시설에서 힘들었던 것은 싫어하는 사람과 같이 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저를 싫어하는 선생님들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게 힘들고 싫었다. 그런데 지원주택에서 살면서는 자유가 생겼다. 친구도 만나고 놀러도 갔다. 그룹홈에 있을 때 만난 동생을 지원주택에 잠시 같이 살게 해주면서 집을 얻어 살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했다”고 이야기했다.
주원 씨는 “내가 누구를 만나든 자유로웠다. 그렇게 지원주택에서 계속 자유롭게 살고 싶은데 왜 점수까지 매기면서 내쫓으려고 하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조사를 하는 서울시야말로 0점이다. 필요도 조사는 없어져야 한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정하 발바닥행동 활동가는 “탈시설 당사자와 장애인이 지역사회에 나와 살기 위해 지원주택을 신청하는 경우가 많이 늘어났다. 현재 경쟁률이 굉장히 높고 서울시도 이를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 그렇다면 주택을 확충하고 서비스를, 지원 인력을 더 늘려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서울시는 신청자가 늘어난다고 이미 지원주택에 거주하며 자신이 원하는 삶을 꿈꾸고 있는 사람들에게 조사를 통해 ‘나가야 될 사람은 나가야 되지 않겠냐’고 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 활동가는 “지원주택은 장애인에게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가는 아주 소중한 곳이다. 예산의 문제를 탈시설 당사자와 지원주택 입주민에게 전가하지 말라. 당사자와 상의하여 필요도 조사를 즉각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입주민인권연대에 따르면 이날 입주민 당사자들의 편지와 입장문, 면담요청서를 서울시 담당 직원들에게 전달하려 했으나 서울시 측은 이를 받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에 입주민인권연대는 해당 서류들을 민원실에 접수했으며, 면담 요청에 대해서는 오는 15일까지 답변을 받기로 했다고 전했다.
출처 : 비마이너(https://www.beminor.com/news/articleView.html?idxno=277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