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블뉴스] 장애인 요구사항이자 차기 정부 과제인 소득·의료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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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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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14일 무상의료운동본부가 참여연대 2층 아름드리홀에서 개최한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정책 요구안 발표 기자회견 당시 본부가 주장한 요구안 중의 하나인 ‘혼합진료 전면 금지로 건강보험 보장성 대폭 강화’ 문구 팻말. ⓒ이원무
소득·의료보장 통해 민생 챙기고 민주주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길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5개월 전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23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가·사회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소득보장이 1위, 의료보장이 2위를 차지했다. 4년 전에 발표되었던 ‘2020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역시 소득보장이 1위, 의료보장이 2위를 차지했고, 비율만 약간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국가·사회에 대한 요구사항은 소득보장, 의료보장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장애인들은 이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
이런 요구를 국가와 사회는 현재까지 제대로 경청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작년 7월 정부에서 의료급여 대책 발표가 있었는데,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1종 외래 시 정액제를 정률제로 변경하고, 건강생활유지비를 기존 6천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2배 증가시킨다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서 정률제란 환자가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복지부는 의료이용에 대한 실질적 본인 부담수준이 계속 하락해 비용의식의 약화로 과다 의료이용 경향이 나타났다며, 정률제 도입으로 진료비에 비례하는 본인부담금으로 수급자 비용의식 제고에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할 목적으로 이런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대비 의료급여 환자들이 3.3배의 진료비를 더 쓴다고 한다는 것을 대책과 관련한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과연 ‘과다 의료이용’을 할까? 2022년 의료급여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서의 노인 비율은 각각 17.0%와 41.1%다. 그리고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장애인 비율은 각각 4.3%와 30.5%다.
노인의 경우엔 소득보장 체계가 미비하고, 장애인의 경우엔 Inclusive Education과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 미비에 장애를 이유로 한 노동권 미보장과 고용 차별이 적지 않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장애인, 노인이 적지 않다.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줄여주는 게 의료급여 제도이니 장애인과 노인이 상대적으로 건강보험에 비해 의료급여를 더 많이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가난하면 질병에 더욱 노출되고 취약해지는 건 여러 연구, 기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바다.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의 골절 유병률과 관련해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약 8배를 차지했다는 2019년 메디컬뉴스의 보도만 봐도, 이 사실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심지어 장애인의 77.2%가 고혈압과 당뇨 등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장애인의 경우엔 병원이 2, 3층에 있는 곳이 적지 않고, 시각장애인에게 의료진이 ‘이쪽으로 가라’는 등의 지시를 하는 등 건강권과 관련한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 의료비 지원도 제대로 안 되는 건 물론이다. 이런 장애인과 노인의 삶의 현실을 무시하고, 연령과 질병 중증도를 보정하지 않은 통계자료를 통해 건강보험 대비 의료급여 환자들이 3.3배의 진료비를 더 쓴다는 근거로 작년 대책을 내놓은 거다.
19년 전에도 이는 비슷했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1명당 진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3.3배가 많다고 복지부가 밝히며, 의료급여 환자들의 정액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대책은 진료비가 많이 드는 노인 비율이 의료급여의 경우 25.6%로 건강보험(8.3%)의 경우보다 약 3배 높은 2005년 건강보험 통계연보나, 조현병이 있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비율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무려 42.8배가 높은 당시의 현실 등을 무시한 거라는 거다.
복지부에서 31일 연령과 중증질환자 수 보정을 포함시켰더니, 의료급여 대상자의 평균 진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1.48배 높았다며, 3.3배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사과했다. (출처: 복지부 통계 알고 보니 ‘엉터리’, 한겨레 기사, 2006년 12월 31일). 하지만 이후에도 질병 중증도에 대해 충분한 보정이 없는 통계자료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의료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반박했다.
또, 정률제 시행에도, 매달 1만 2천 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줄 것이라 의료비 추가 부담은 없다고 정부는 그런다. 하지만 정률제를 통한 의료비 상승에, 건강생활유지비라는 지원금을 찔끔 올리는 식이면? 가득히나 수급비 적어 생활이 어려운 가난한 사람이 건강생활유지비를 의료비보단 생활비에 보태지 않을까? 그러다 작은 병도 치료하지 못한 채 오히려 병을 더 크게 키우면 이게 진정한 건강권 대책인가? 당연히 아니다. 의료급여 이용 당사자의 아래 발언은 이와도 연관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오르는 것일지 몰라도, 수급자들은 느끼는 게 다릅니다.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오르게 되면 하지 않습니다. 먹지 않습니다. 근데 병원비가 오른다고요? 아플 때 가던 병원에 가지 않고 참을 때가 많아질 겁니다. 그러다가 큰 병이 생기고, 그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르죠. (출처: 홈리스야학 학생 김종언(림보) 발언문, 의료급여 개악 규탄 기자회견, 2024년 10월 2일)
또한, 본인부담금이 낮으면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과잉 의료이용이 발생한다고 그러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의 의료비 보장성은 57%이지만,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의 경우엔 적어도 80% 이상이다. 한국의 경우 입원 비용 보장성이 68%이고 평균 입원일수는 18.5일이다. 반면 덴마크, 스웨덴, 영국, 핀란드 등은 입원 비용 보장성이 적어도 90% 이상이며 평균 입원일수도 훨씬 적다. 이런 게 OECD 건강통계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의료 보장성이 높고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는 나라일수록 의료이용이 적다. 한 마디로 본인부담금이 낮을수록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과잉 의료이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민간병원 등에선 의료급여 환자는 돈 안 되니 병원에서 이들의 입원, 진료를 거부하는 일도 적지 않다. 사실 의료급여 환자의 예방 가능 입원률이 높은데 과잉진료보단 과소진료로 인해서도 그렇다. 현실이 이럴진대, 정률제로 의료비 올리면, 예방 가능 입원률은 더욱 높아질 거다.
종합하면, 건강생활유지비와 정률제로의 변경은 장애인, 노인,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이용과 관련된 삶의 현실과 이들의 경험을 진정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건강권을 말 그대로 권리라고 보는 대신 비용으로 보는 관점에서 나온 정부의 대책이다. 오로지 건강 비용통제 목적의 대책이지만, 이걸 건강생활유지비와 ‘도덕적 해이’, ‘과다 의료이용’이란 말로 장애인, 노인, 가난한 사람들 등의 현실을 가리는 거다.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과도한 보장성 강화로 ‘도덕적 해이’가 억제되지 않는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폐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0%로 OECD 국가들보다 낮고, 행위별 수가제에 민간병원 중심의 민간의료체계와 비급여가 적지 않은 것이 그렇게 된 보장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높은 미충족 의료 속에 신음하고 있지만, 이런 현실을 ‘도덕적 해이’라는 말로 가려 책임을 시민들에게 애꿎게 전가하고 있다.
사실 의료개혁을 한다고 당시 윤석열 정부가 그랬지만,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도 상당히 일부에 불과했고, 공공병원, 공공의과대학 설립 등 공공의료체계 활성화를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예비타당성에 가로막힌다. 여기에 소중한 건강정보를 민간에 넘긴다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장애인 등 시민의 의료보험, 생명보험 가입 거부나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거다.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꿈꾸었던 당시 정부의 자칭 의료개혁이었던 셈이다.
건강보험, 의료급여 경우와 같이 정부의 이런 대책으로 인해 시민들은 오늘도 미충족 의료에 신음하는 건 물론, 적절한 생활 수준은 언감생심인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민생을 챙기기는커녕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의료정책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 의료보장해달라는 장애인 요구사항만 봐도, 이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는 듣지 않거나, 아예 이에 공염불임을.
장애인의 ‘소득보장’ 요구도 높았는데, 이것 또한 국가가 제대로 듣고 있을까? 과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뜻이 있다고 했으나, 소득대체율 인상 없고, 미비한 정부 재정지원 상황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폐지 줍는 노인 양산 등 노후 생활을 빈곤 늪으로 빠뜨리는 거라,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 있었다. 이 대표는 수용 입장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로 하는 연금개혁안, 이른바 모수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안과 관련해 OECD 기준에선 소득 기준 시 전 생애에 걸친 평균소득을 고려하고, 연금 가입 기간 시 실제 평균적인 경제활동 기간, 급여 범위에선 모든 공적연금을 합산해 계산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연금에선 급여 범위의 경우 40%라는 것도, 국민연금 노령연금만이 기준이며, 소득 기준에선 가입 기간 중의 개인 소득과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함께 고려하며, 가입 기간에선 이 40%라는 값이 40년 가입이 기준이다. 더구나, 고소득 계층은 소득대체율이 낮고, 저소득 계층의 소득대체율은 높은 하후상박 구조가 대한민국 국민연금엔 있어, 계산법과 관련해 OECD와 대한민국 간엔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OECD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연금 법정 소득대체율 40%는 실은 31.2%다. 그러니까 연금개혁안의 43%는 실은 OECD 기준으로는 33.6%인 거다. 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42.3%니 대한민국 국민연금의 경우, 여기에 상당히 미달한다. 43%가 OECD 평균수준이라고 정부와 국회의원 등이 말하는데 이 43%는 실은 33.6%니 평균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 계산법대로 하면, 43%에 40년 가입이면 노인은 132만 원 받고, 이게 노후 최소생활비 136만 원에 못 미친다. 그러면 OECD도 이 정도 금액을 받는다? 독일, 스웨덴 등지에서 충분한 연금 액수를 받아 적정한 생활 수준을 누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이게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연금개혁을 해서 기금소진이 약 10년 늦춰졌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한 복지부의 계산에선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하고, 40년 가입 시 보험료 총납입액과 25년간 수급 시 총수급 연금액을 계산했다. 그랬더니 약 1억 2727만 원의 적자가 나온다. 이런 계산법을 OECD 국가들에도 적용하면 전부 적자가 나온다.
하지만 이 계산법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지출되는 연금급여액 관련해 복리 적용이 빠졌다. 국민연금 기금수익률 4.5%(가입기간 40년 가정)로 가정하고, 연금급여액도 물가 상승률 4.5%, 이자 수입 4.5%까지 가정하는 등 이런 요인을 고려해 계산하면 25년간 연금 수령 후 약 3억 651만 원이 남는다. 그러니까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과 관련된 복리 등 국민연금을 둘러싼 외부 환경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복지부 계산이라, 다시 말하면 복지부는 내 돈을 내서, 찾아가는 민간보험처럼 공적연금을 바라보는 거다.
결국, 이 연금개혁안이라는 게 시민 노후 소득보장보다는 재정 프레임에 갇혀 있는 안인 거다. 이는 ‘국민의힘’이 주장한 것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결국, 이 연금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에 굴종한 거나 다름없다. 이게 그대로 되면, 폐지 줍는 노인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양산될 게 우려된다.
더군다나 장애인은 비장애 중심의 직장문화로 인해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을 심하게 당해 지속가능한 고용이 어려워, 연금보험료를 내기도 어려울 터이고, 연금 가입 기간도 상대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적은지라 국민연금 급여가 적정한 생활 수준을 꿈꾸기에 애당초 어렵지 않겠는가? 장애인연금도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고 말이다.
소득보장체계엔 주택연금, 퇴직연금도 있긴 한데, 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가 적용대상이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경우엔 장애인은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이 심하다고 했고, 소득 수준도 비장애인에 비해 낮고 퇴직연금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 장애인의 퇴직연금 가입현황에 대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본다면, 장애인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낮다고 추정해볼 수 있으며, 장애인으로선 퇴직연금을 기대한다는 게 어렵다.
주택연금의 경우만 해도,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주택을 갖기 어려우며, 주택연금을 받기라도 하면, 기초생활보장법 생계급여 수급자의 경우엔 이 연금이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 제도가 복잡하고 제도 관련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장애인의 주택연금 이용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다루는 통계자료는 찾기 어렵지만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장애인의 주택연금 활용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역시 낮을 거라 추정된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주택구입 비용 지원, 주택연금이 기존 복지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게 소득·재산 기준의 완화, 장애인이 주택연금 제도를 이해하기 쉽도록 이 제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 강화하는 것 등까지 한다면? 장애인의 노동·고용 차별을 철폐하고, 통합교육,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 증진과 이를 통해 장애인이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등을 취한다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등의 정책을 취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장애인은 장기적으로 주택연금, 퇴직연금 가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고 실제 가입으로까지 이어지게 될 거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통해서도 장애인을 포함한 시민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만한 실마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과 공공병원, 공공의과대학 설립 시 예비타당성 면제 등으로 공공의료체계 강화, 비대면진료 시 공공플랫폼 운영 등으로 의료보장성을 증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소득보장과 의료보장 작업을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길 바라는 바다. 그러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선 재정 프레임과 도덕적 해이, 과다 의료이용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히지 말고 민중 삶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입법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정권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이런 패러다임은 대한민국의 소득과 의료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장애인을 포함한 민중의 삶을 옥죄었다.
지금과 같이 혐오가 심하고 이런 패러다임 유지해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면, 제2, 3의 내란수괴는 얼마든 나올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향후 차기 정부에서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입법과 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질적인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하게 된다면 장애인실태조사에 나오는 장애인의 요구를 진정으로 듣는 건 물론 제2, 3의 내란수괴가 나올 토양을 억제하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 지키기에 기여하는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부디 차기 정부가 실질적인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며, 장애인실태조사에서 나온 장애인 요구사항이 진정 의미 있게 반영돼, 실질적인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
소득·의료보장 통해 민생 챙기고 민주주의 원동력으로 작용하길
【에이블뉴스 이원무 칼럼니스트】5개월 전 발표된 보건복지부의 ‘2023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국가·사회에 대한 요구사항으로 소득보장이 1위, 의료보장이 2위를 차지했다. 4년 전에 발표되었던 ‘2020 장애인실태조사’에서도 역시 소득보장이 1위, 의료보장이 2위를 차지했고, 비율만 약간 변화가 있을 뿐이었다. 이렇게 장애인실태조사에서 국가·사회에 대한 요구사항은 소득보장, 의료보장이 1, 2위를 다툴 정도로 장애인들은 이에 대한 요구가 절실하다.
이런 요구를 국가와 사회는 현재까지 제대로 경청하고 있을까? 이와 관련해, 작년 7월 정부에서 의료급여 대책 발표가 있었는데, 의료급여 수급자의 경우, 1종 외래 시 정액제를 정률제로 변경하고, 건강생활유지비를 기존 6천 원에서 1만 2천 원으로 2배 증가시킨다는 등의 내용이다. 여기서 정률제란 환자가 진료비의 일정 비율을 부담하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복지부는 의료이용에 대한 실질적 본인 부담수준이 계속 하락해 비용의식의 약화로 과다 의료이용 경향이 나타났다며, 정률제 도입으로 진료비에 비례하는 본인부담금으로 수급자 비용의식 제고에 합리적 의료이용을 유도할 목적으로 이런 대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 대비 의료급여 환자들이 3.3배의 진료비를 더 쓴다고 한다는 것을 대책과 관련한 근거로 삼았다.
그러면 의료급여 수급자들이 과연 ‘과다 의료이용’을 할까? 2022년 의료급여통계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에서의 노인 비율은 각각 17.0%와 41.1%다. 그리고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장애인 비율은 각각 4.3%와 30.5%다.
노인의 경우엔 소득보장 체계가 미비하고, 장애인의 경우엔 Inclusive Education과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 미비에 장애를 이유로 한 노동권 미보장과 고용 차별이 적지 않다. 그러니 우리 사회에서 가난한 장애인, 노인이 적지 않다. 저소득층의 의료비 부담 줄여주는 게 의료급여 제도이니 장애인과 노인이 상대적으로 건강보험에 비해 의료급여를 더 많이 이용하는 건 당연하다.
가난하면 질병에 더욱 노출되고 취약해지는 건 여러 연구, 기사들을 통해 알 수 있는 바다. 파킨슨병이 있는 사람의 골절 유병률과 관련해 의료급여 수급자 비율이 건강보험 가입자의 약 8배를 차지했다는 2019년 메디컬뉴스의 보도만 봐도, 이 사실을 알 수 있지 않는가? 심지어 장애인의 77.2%가 고혈압과 당뇨 등 1개 이상의 만성질환을 앓고 있을 정도다.
더군다나 장애인의 경우엔 병원이 2, 3층에 있는 곳이 적지 않고, 시각장애인에게 의료진이 ‘이쪽으로 가라’는 등의 지시를 하는 등 건강권과 관련한 물리적·심리적 접근성이 떨어진다. 의료비 지원도 제대로 안 되는 건 물론이다. 이런 장애인과 노인의 삶의 현실을 무시하고, 연령과 질병 중증도를 보정하지 않은 통계자료를 통해 건강보험 대비 의료급여 환자들이 3.3배의 진료비를 더 쓴다는 근거로 작년 대책을 내놓은 거다.
19년 전에도 이는 비슷했다. 의료급여 대상자의 1명당 진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3.3배가 많다고 복지부가 밝히며, 의료급여 환자들의 정액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런 대책은 진료비가 많이 드는 노인 비율이 의료급여의 경우 25.6%로 건강보험(8.3%)의 경우보다 약 3배 높은 2005년 건강보험 통계연보나, 조현병이 있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비율이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무려 42.8배가 높은 당시의 현실 등을 무시한 거라는 거다.
복지부에서 31일 연령과 중증질환자 수 보정을 포함시켰더니, 의료급여 대상자의 평균 진료비가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1.48배 높았다며, 3.3배라고 발표한 것에 대해서 사과했다. (출처: 복지부 통계 알고 보니 ‘엉터리’, 한겨레 기사, 2006년 12월 31일). 하지만 이후에도 질병 중증도에 대해 충분한 보정이 없는 통계자료라며, 시민사회단체와 의료단체들이 강력히 반발하며 반박했다.
또, 정률제 시행에도, 매달 1만 2천 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줄 것이라 의료비 추가 부담은 없다고 정부는 그런다. 하지만 정률제를 통한 의료비 상승에, 건강생활유지비라는 지원금을 찔끔 올리는 식이면? 가득히나 수급비 적어 생활이 어려운 가난한 사람이 건강생활유지비를 의료비보단 생활비에 보태지 않을까? 그러다 작은 병도 치료하지 못한 채 오히려 병을 더 크게 키우면 이게 진정한 건강권 대책인가? 당연히 아니다. 의료급여 이용 당사자의 아래 발언은 이와도 연관 있다.
정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는 조금만 오르는 것일지 몰라도, 수급자들은 느끼는 게 다릅니다. 무엇이든 조금이라도 오르게 되면 하지 않습니다. 먹지 않습니다. 근데 병원비가 오른다고요? 아플 때 가던 병원에 가지 않고 참을 때가 많아질 겁니다. 그러다가 큰 병이 생기고, 그다음엔 어떻게 될지 모르죠. (출처: 홈리스야학 학생 김종언(림보) 발언문, 의료급여 개악 규탄 기자회견, 2024년 10월 2일)
또한, 본인부담금이 낮으면 환자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과잉 의료이용이 발생한다고 그러는데 과연 그럴까? 우리나라의 의료비 보장성은 57%이지만, 프랑스, 노르웨이, 덴마크, 스웨덴 등의 경우엔 적어도 80% 이상이다. 한국의 경우 입원 비용 보장성이 68%이고 평균 입원일수는 18.5일이다. 반면 덴마크, 스웨덴, 영국, 핀란드 등은 입원 비용 보장성이 적어도 90% 이상이며 평균 입원일수도 훨씬 적다. 이런 게 OECD 건강통계에서 나오는 것들이다.
그러니까 의료 보장성이 높고 본인부담금이 거의 없는 나라일수록 의료이용이 적다. 한 마디로 본인부담금이 낮을수록 도덕적 해이가 발생해 과잉 의료이용이 발생한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민간병원 등에선 의료급여 환자는 돈 안 되니 병원에서 이들의 입원, 진료를 거부하는 일도 적지 않다. 사실 의료급여 환자의 예방 가능 입원률이 높은데 과잉진료보단 과소진료로 인해서도 그렇다. 현실이 이럴진대, 정률제로 의료비 올리면, 예방 가능 입원률은 더욱 높아질 거다.
종합하면, 건강생활유지비와 정률제로의 변경은 장애인, 노인, 가난한 사람들의 의료이용과 관련된 삶의 현실과 이들의 경험을 진정으로 고려하지 않은 채 건강권을 말 그대로 권리라고 보는 대신 비용으로 보는 관점에서 나온 정부의 대책이다. 오로지 건강 비용통제 목적의 대책이지만, 이걸 건강생활유지비와 ‘도덕적 해이’, ‘과다 의료이용’이란 말로 장애인, 노인, 가난한 사람들 등의 현실을 가리는 거다.
건강보험의 경우에도 과도한 보장성 강화로 ‘도덕적 해이’가 억제되지 않는다면서, 건강보험 보장성 폐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약 60%로 OECD 국가들보다 낮고, 행위별 수가제에 민간병원 중심의 민간의료체계와 비급여가 적지 않은 것이 그렇게 된 보장률의 가장 큰 원인이다. 이로 인해 건강보험 가입자들은 높은 미충족 의료 속에 신음하고 있지만, 이런 현실을 ‘도덕적 해이’라는 말로 가려 책임을 시민들에게 애꿎게 전가하고 있다.
사실 의료개혁을 한다고 당시 윤석열 정부가 그랬지만, 비급여를 급여화하는 것도 상당히 일부에 불과했고, 공공병원, 공공의과대학 설립 등 공공의료체계 활성화를 발표했지만 이마저도 예비타당성에 가로막힌다. 여기에 소중한 건강정보를 민간에 넘긴다고 대책을 발표했지만, 이는 장애인 등 시민의 의료보험, 생명보험 가입 거부나 범죄에 악용될 소지가 높은 거다. 사실상 의료민영화를 꿈꾸었던 당시 정부의 자칭 의료개혁이었던 셈이다.
건강보험, 의료급여 경우와 같이 정부의 이런 대책으로 인해 시민들은 오늘도 미충족 의료에 신음하는 건 물론, 적절한 생활 수준은 언감생심인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는 민생을 챙기기는커녕 여전히 공급자 중심의 의료정책에 여념이 없다. 그러니 의료보장해달라는 장애인 요구사항만 봐도, 이 요구사항에 대해 정부는 듣지 않거나, 아예 이에 공염불임을.
장애인의 ‘소득보장’ 요구도 높았는데, 이것 또한 국가가 제대로 듣고 있을까? 과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국민연금 자동조정장치’를 수용할 뜻이 있다고 했으나, 소득대체율 인상 없고, 미비한 정부 재정지원 상황에 자동조정장치 도입은, 폐지 줍는 노인 양산 등 노후 생활을 빈곤 늪으로 빠뜨리는 거라, 시민사회단체 등의 반대 있었다. 이 대표는 수용 입장을 철회했다.
이후 지난 3월 20일 국민연금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을 각각 13%, 43%로 하는 연금개혁안, 이른바 모수개혁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그런데, 이 안과 관련해 OECD 기준에선 소득 기준 시 전 생애에 걸친 평균소득을 고려하고, 연금 가입 기간 시 실제 평균적인 경제활동 기간, 급여 범위에선 모든 공적연금을 합산해 계산한다.
그러나, 대한민국 국민연금에선 급여 범위의 경우 40%라는 것도, 국민연금 노령연금만이 기준이며, 소득 기준에선 가입 기간 중의 개인 소득과 전체 가입자의 평균소득을 함께 고려하며, 가입 기간에선 이 40%라는 값이 40년 가입이 기준이다. 더구나, 고소득 계층은 소득대체율이 낮고, 저소득 계층의 소득대체율은 높은 하후상박 구조가 대한민국 국민연금엔 있어, 계산법과 관련해 OECD와 대한민국 간엔 차이가 난다.
이런 차이를 고려해 OECD 기준으로 계산하면 국민연금 법정 소득대체율 40%는 실은 31.2%다. 그러니까 연금개혁안의 43%는 실은 OECD 기준으로는 33.6%인 거다. OECD 평균 소득대체율은 42.3%니 대한민국 국민연금의 경우, 여기에 상당히 미달한다. 43%가 OECD 평균수준이라고 정부와 국회의원 등이 말하는데 이 43%는 실은 33.6%니 평균수준이 아니다.
우리나라 계산법대로 하면, 43%에 40년 가입이면 노인은 132만 원 받고, 이게 노후 최소생활비 136만 원에 못 미친다. 그러면 OECD도 이 정도 금액을 받는다? 독일, 스웨덴 등지에서 충분한 연금 액수를 받아 적정한 생활 수준을 누리는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설명한 것인가? 이게 말이 안 되는 거다.
그리고 연금개혁을 해서 기금소진이 약 10년 늦춰졌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한 복지부의 계산에선 보험료율 13%와 소득대체율 43%를 적용하고, 40년 가입 시 보험료 총납입액과 25년간 수급 시 총수급 연금액을 계산했다. 그랬더니 약 1억 2727만 원의 적자가 나온다. 이런 계산법을 OECD 국가들에도 적용하면 전부 적자가 나온다.
하지만 이 계산법엔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 지출되는 연금급여액 관련해 복리 적용이 빠졌다. 국민연금 기금수익률 4.5%(가입기간 40년 가정)로 가정하고, 연금급여액도 물가 상승률 4.5%, 이자 수입 4.5%까지 가정하는 등 이런 요인을 고려해 계산하면 25년간 연금 수령 후 약 3억 651만 원이 남는다. 그러니까 국민연금 보험료 수입과 관련된 복리 등 국민연금을 둘러싼 외부 환경변화를 고려하지 않는 복지부 계산이라, 다시 말하면 복지부는 내 돈을 내서, 찾아가는 민간보험처럼 공적연금을 바라보는 거다.
결국, 이 연금개혁안이라는 게 시민 노후 소득보장보다는 재정 프레임에 갇혀 있는 안인 거다. 이는 ‘국민의힘’이 주장한 것과 상당 부분 비슷하다. 결국, 이 연금개혁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건 사실상 더불어민주당이 ‘국민의힘’ 요구에 굴종한 거나 다름없다. 이게 그대로 되면, 폐지 줍는 노인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여전히 양산될 게 우려된다.
더군다나 장애인은 비장애 중심의 직장문화로 인해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을 심하게 당해 지속가능한 고용이 어려워, 연금보험료를 내기도 어려울 터이고, 연금 가입 기간도 상대적으로 비장애인에 비해 적은지라 국민연금 급여가 적정한 생활 수준을 꿈꾸기에 애당초 어렵지 않겠는가? 장애인연금도 최저임금에 훨씬 못 미치고 말이다.
소득보장체계엔 주택연금, 퇴직연금도 있긴 한데, 퇴직연금의 경우 근로자가 적용대상이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경우엔 장애인은 고용과 노동에서의 차별이 심하다고 했고, 소득 수준도 비장애인에 비해 낮고 퇴직연금에 대한 정보 접근성도 떨어진다. 장애인의 퇴직연금 가입현황에 대한 통계는 나와 있지 않다. 하지만 이런 요인들을 고려해본다면, 장애인의 퇴직연금 가입률은 낮다고 추정해볼 수 있으며, 장애인으로선 퇴직연금을 기대한다는 게 어렵다.
주택연금의 경우만 해도,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주택을 갖기 어려우며, 주택연금을 받기라도 하면, 기초생활보장법 생계급여 수급자의 경우엔 이 연금이 소득으로 잡혀 생계급여 자격을 잃을 수도 있다. 주택연금 제도가 복잡하고 제도 관련한 정보 접근성이 떨어지기까지 한다. 장애인의 주택연금 이용에 대한 정확한 현황을 다루는 통계자료는 찾기 어렵지만 이런 요인들을 고려하면, 장애인의 주택연금 활용률은 비장애인에 비해 역시 낮을 거라 추정된다.
따라서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및 주택구입 비용 지원, 주택연금이 기존 복지제도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게 소득·재산 기준의 완화, 장애인이 주택연금 제도를 이해하기 쉽도록 이 제도에 대한 정보 접근성 강화하는 것 등까지 한다면? 장애인의 노동·고용 차별을 철폐하고, 통합교육, 고등교육에 대한 접근성 증진과 이를 통해 장애인이 괜찮은 일자리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정책 등을 취한다면? 국민연금도 소득대체율을 50% 이상으로 높이는 등의 정책을 취한다면?
그렇게 된다면, 장애인은 장기적으로 주택연금, 퇴직연금 가입을 기대해볼 수 있을 것이고 실제 가입으로까지 이어지게 될 거다. 그리고 국민연금을 통해서도 장애인을 포함한 시민들은 인간다운 삶을 살만한 실마리를 가지게 될 것이다. 또한,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한 건강보험 보장률 상승과 공공병원, 공공의과대학 설립 시 예비타당성 면제 등으로 공공의료체계 강화, 비대면진료 시 공공플랫폼 운영 등으로 의료보장성을 증진해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은 소득보장과 의료보장 작업을 차기 정부에서 추진하길 바라는 바다. 그러기 위해 정부와 국회에선 재정 프레임과 도덕적 해이, 과다 의료이용이라는 패러다임에 갇히지 말고 민중 삶의 관점으로 바라보며,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입법과 정책을 펼쳐야 한다. 하지만, 역대 정부에서 정권의 성격과는 상관없이 이런 패러다임은 대한민국의 소득과 의료정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쳐 장애인을 포함한 민중의 삶을 옥죄었다.
지금과 같이 혐오가 심하고 이런 패러다임 유지해 민생을 챙기지 않는다면, 제2, 3의 내란수괴는 얼마든 나올 우려가 있으니 말이다. 향후 차기 정부에서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입법과 정책 방향이 어떻게 될지 주시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실질적인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하게 된다면 장애인실태조사에 나오는 장애인의 요구를 진정으로 듣는 건 물론 제2, 3의 내란수괴가 나올 토양을 억제하며 이를 통해 민주주의 지키기에 기여하는 원동력을 제공할 수 있을 터이니 말이다. 부디 차기 정부가 실질적인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며, 장애인실태조사에서 나온 장애인 요구사항이 진정 의미 있게 반영돼, 실질적인 장애인의 삶의 질 증진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