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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어요!”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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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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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도 운동할 수 있어요!” 처음 운동을 시작하는 법. ©이디다

【에이블뉴스 이디다 칼럼니스트】 “발달장애가 있어도 필라테스를 배울 수 있을까요?”

현장에서 가장 자주 듣는 질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저는 언제나 이렇게 대답합니다.  “물론 가능합니다. 단, 방법이 조금 다를 뿐이에요.”

 발달장애인은 신체적 능력보다 환경 적응과 감각의 예측 가능성이 더 중요합니다. 처음엔 기구나 동작보다, 공간에 익숙해지고 강사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운동의 첫 단계입니다.

 즉, ‘운동을 잘하는 법’보다 ‘운동을 편하게 느끼는 경험’이 먼저입니다.

1. 공간과 사람에 ‘익숙해지기’부터

 발달장애인에게 낯선 공간은 단순히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감각적으로 낯선 자극의 연속입니다. 따라서 첫 수업에서는 기구를 모두 사용하기보다, 공간을 함께 둘러보며 안정감을 형성하는 시간을 가져보세요.

예를 들어 ▲리포머의 스프링을 만져보며 “이건 이렇게 움직이는 도구예요”라고 설명하기 ▲매트 위에 앉아서 조용히 호흡하며 공간의 소리를 익히기 ▲강사가 먼저 시범을 보이며 “이 동작은 이렇게 시작해요”라고 몸으로 알려주기.

이런 과정을 통해 “여기는 낯선 곳이 아니라, 내가 움직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구나”라는 인식을 만들어줍니다.

2. 몸으로 보여주기, 리듬으로 안내하기

 발달장애인은 언어보다 몸의 리듬과 시각적 움직임에 더 잘 반응합니다. 강사가 직접 몸으로 동작을 보여주며 “이렇게 같이 해볼까요?”라고 자연스럽게 유도해보세요. 박수로 리듬을 맞추거나, 숨을 내쉴 때 “후—” 소리를 함께 내는 것도 좋습니다. “하나, 둘, 셋” 대신 박수나 발 구르기, 강사의 호흡 리듬으로 신호를 주면 훨씬 쉽게 따라올 수 있습니다.

필라테스는 본래 정확함과 흐름(flow)을 중요시하지만, 발달장애인에게는 정확함보다 참여의 리듬이 우선입니다. 움직임이 조금 어긋나도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함께 움직이는 경험’ 자체입니다.

3. 소도구를 활용한 흥미 유도

필라테스 센터에는 이미 감각을 자극할 수 있는 다양한 소도구가 있습니다. 별도의 교구가 없어도, 기구와 도구를 감각적으로 활용하면 충분합니다.

예를 들어 ▲스몰볼을 손에 쥐어 압력을 느끼게 하거나, 다리 사이에 끼워 “눌러볼까요?”라고 안내하기 ▲서클링을 양손으로 당기며 팔의 긴장을 느끼게 하기 ▲폼롤러 위에 누워 천천히 굴리며 몸의 무게 중심을 인식하기.

이런 단순한 자극은 발달장애인의 신체 감각 인지를 돕고, 집중을 유지하는 데 효과적입니다. 무엇보다 “이건 재미있어요!”라는 긍정적 감각 경험이 쌓이면, 운동에 대한 거부감이 사라집니다.

4. 쉬는 신호는 명확하게, 감정 조절은 부드럽게

발달장애인은 운동 중 갑작스러운 감정 변화나 피로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이때는 억지로 동작을 지속시키기보다, ‘쉬어도 괜찮은 신호’를 미리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 강사가 손바닥을 위로 올리며 “이제 잠깐 쉴게요” ▲공을 내려놓는 동작을 ‘휴식의 신호’로 반복하기 ▲리포머 바를 천천히 내려놓는 행위 자체를 ‘정리 루틴’으로 인식시키기.

이렇게 시각적이면서도 신체적인 신호로 휴식을 안내하면, 발달장애인은 “멈춰도 괜찮다”는 안정감을 배웁니다. 휴식은 운동의 중단이 아니라, 스스로를 조절하는 연습의 일부가 됩니다.

5. 짧은 루틴, 반복되는 패턴

발달장애인에게는 다양한 동작보다, 예측 가능한 패턴이 훨씬 효과적입니다. 매 시간 새로운 운동을 배우기보다, 같은 순서의 루틴을 반복하면서 조금씩 변화를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매 수업은 항상 “호흡 → 손·팔 → 하체 → 마무리 스트레칭” 순서로 진행하기 ▲매번 사용하는 기구나 도구를 크게 바꾸지 않기 ▲“오늘도 어제와 같은 리듬으로 시작해볼게요.”라고 말로 예고하기.

이런 루틴은 단순히 기억을 돕는 차원을 넘어, 정서적 예측 가능성을 만들어줍니다. 예측 가능성은 곧 안정감이고, 그 안정감 속에서 몸은 더 부드럽게 움직입니다.

발달장애인에게 운동은 ‘몸을 단련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처음엔 낯설고 서툴더라도, 매주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서, 같은 강사와 마주하는 그 경험이 신뢰가 됩니다. 그 신뢰가 쌓이면 몸은 스스로 반응하기 시작합니다. “오늘도 잘 왔어요.” 그 한마디가 발달장애인에게는 ‘운동의 시작’이자 ‘자립의 연습’이 됩니다.

필라테스의 본질은 정확한 동작이 아니라 자신의 몸을 느끼고 조절하는 과정입니다. 그 의미 안에서는, 발달장애인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습니다. 누구나, 자신의 속도로, 자신의 몸 안에서 충분히 성장할 수 있습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