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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AI 시대, 정보 접근의 격차를 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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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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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김경식 칼럼니스트】정보검색과 AI 기술이 일상화된 요즘, 우리는 손끝 하나로 방대한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 편리함이 모든 사람에게 고르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특히 시각·청각·지체·인지 등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정보검색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장벽에 부딪힌다.

예를 들어, 눈이 불편한 사람은 웹 검색 결과의 이미지와 그래픽이 많을수록 답답함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차트와 사진 설명이 없이 게시되면 의미가 없을 수 있다. 청각장애인 역시 음성으로만 제공되는 뉴스나 동영상 자막이 없으면 내용 파악이 어렵다. 손을 자유롭게 쓰기 힘든 분들은 마우스 대신 음성 명령과 키보드만으로도 웹을 탐색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또 기억력이나 판단 능력이 떨어지는 분들에겐 길고 복잡한 글 대신 핵심만 짚어주는 간단한 요약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서로 다른 요구를 채워줄 AI 기반 보조 기술이 차츰 등장하고 있다.

구글의 사례를 보면, 시각장애 학생은 구글 토크백을 통해 이미지 설명을 들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친구가 보낸 기타 사진을 텍스트로도 읽어주고, 그 기타의 색상이나 브랜드까지 질문하면 AI가 답해준다.

청각장애인을 위해서는 회의 내용을 실시간 자막으로 만들어 주는 앱(국내 ‘소보로’ 등)이 개발되어, 이제는 탭 한 번으로 대화를 읽을 수 있다. 지체장애 학생들은 얼굴 표정만으로 크롬북을 제어하기도 하고, 음성인식 비서로 스스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이처럼 AI는 시각·청각·운동 등의 장벽을 뛰어넘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하지만 AI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준비되지 않은 기술은 편리함을 오롯이 비장애인만을 위해 강화할 뿐, 장애인을 배제할 수도 있다.

지난 연구에 따르면 구글 검색창의 자동완성 기능은 장애 관련 검색어에 대해 무려 24%가 부정적인 결과를 보여 주었다. “특수 교육이란?”을 타자 치면 “특수 교육은 돈 낭비다” 같은 끔찍한 제안이 나왔던 사례도 있다. 잘못된 편견이 검색 도구를 통해 퍼져 나가고 있는 셈이다.

새로운 AI 검색 기능 역시 마찬가지이다. 구글이 최근 도입한 AI 요약봇(Overviews)은 멋지게 보이지만, 실제로 시각장애인용 스크린리더에서 인식이 잘 안 돼 내용 자체를 놓치는 경우가 발견되었다. 인지장애인이 이해하기에는 긴 AI 요약문이 너무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문제는 비장애인 입장에서야 미처 고려하지 못한 사소한 실수처럼 보일 수 있지만, 장애인에겐 정보 접근 자체가 가로막히는 일이 된다.

정보 접근에서의 이런 격차는 단순한 기술 결함을 넘어 사회적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 잘못된 AI 추천과 콘텐츠 설계는 장애인에 대한 고정관념을 강화하고, 교육·고용·일상생활에서 동등한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포용적 설계(Inclusive Design)가 중요하다. 장애인 개인의 요구가 기술 개발 초기부터 반영되어야 하며, WCAG 등의 접근성 기준을 넘어서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모든 이미지에 대체 설명을 자동으로 생성하고, 모든 동영상엔 고품질 자막을 제공하며, AI 검색 결과도 장애인이 이해하기 쉬운 형태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개인과 정부, 기업 모두의 역할도 중요하다. 기술자들은 “장애인도 사용할 것”이라는 전제 하에 개발에 임해야 할 것이다. 공공 정책 차원에서는 디지털포용법 등 법제도를 강화해 웹사이트와 AI 서비스가 반드시 접근성 기준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실제로 유엔 장애인권리협약과 EU의 접근성법은 AI 서비스도 장애인이 동등하게 접근할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법률이 확대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사회적 인식 변화도 병행되어야 한다. 심하지 않은 정도 장애인부터 심한 정도 장애인에 이르기까지, 많은 장애인이 AI 시대에 정보를 자유롭게 얻을 수 있도록 교육과 지원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소프트웨어 사용법 교육, 장애인을 위한 맞춤형 AI 도구 체험 프로그램 등이 확대되어야 한다. 또한 기업은 장애인 당사자와 협력하여 요구를 직접 듣고 반영하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는 단지 ‘장애인 복지’가 아니라 모두를 위한 “접근성”을 높이는 일이기도 한 것이다.

웹이 누구에게나 평등한 지식 창고가 되기 위해, 그리고 인공지능이 우리 사회의 미래를 평등하게 이끌어갈 수 있도록,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때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