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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 복지부 “의료급여 정률제 추진 중단” 투쟁이 ‘개악’ 멈춰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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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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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집담회 참석자들이 집담회를 지켜보고 있다. 그들의 앞에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안 반대!”라고 적힌 하늘색 피켓이 놓여있다. 사진 김소영

수급당사자·시민사회, 복지부와 공개 집담회 진행
수급자들 “정률제, 가난한 사람들 더 힘들게 해”
이스란 차관 “추진 중단” 선언했지만 “철회 약속은 못 해”
시민사회 항의 및 단체 퇴장 “철회 확실히 말해야”

보건복지부가 “의료급여 정률제 추진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료급여 정률제’는 의료급여 수급자의 본인부담금을 진료비에 비례해 부과하여(4%~8%) 수급자의 부담을 늘리는 정책이다. 수급자 당사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정부가 정률제를 처음 발표한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철회를 위해 싸워왔다.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은 10일 오후 2시 서울시 용산구 피스앤파크 컨벤션에서 열린 공개 집담회에서 “입법예고 이후의 절차(규제심사, 법제처 심사 등)를 중단할 것”이라고 명확히 밝혔다.

- 시민사회 “의료급여 정률제 반드시 철회해야”

집담회에는 시민사회 측에서 정성식 시민건강연구소 연구원, 주장욱 홈리스행동 활동가, 정대철 동자동사랑방 사업이사가, 정부 측에서는 이스란 보건복지부 제1차관, 배경택 보건복지부 복지정책관, 변성미 보건복지부 기초의료보장과 과장, 황도경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정성식 연구원은 정률제 발표 이후 ‘1년 만에’ 만남이 성사됐음을 언급하며 “더 간절히 만남을 원한 쪽은 수급 당사자와 시민사회”였다고 했다. 이어 “오늘 마침내 만남이 성사된 까닭은 시민사회가 요구했던 ‘핵심 정책결정자가 나와야 한다’, ‘개악 철회 여부가 논의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공개된 자리여야 한다’는 세 가지 조건을 복지부가 수락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통념에 기대어 비용의식 약화를 말하는 것은 게으르고 무책임한 주장일 뿐”이라고 복지부를 규탄했다. 실제로 복지부는 정률제 발표 당시 개편 이유로 ‘수급자의 비용의식 약화와 과다 의료이용 경향’을 내세웠다.

그는 “사람들이 까다로운 선정 절차와 사회적 오명에도 불구하고 수급자가 되는 것은 그만큼 제도적 의료보장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가입자보다 의료급여 수급자의 의료이용이 많은 것은 매우 당연한 결과이다. 어쩌다 보니 유독 수급자 집단에서 의료필요도가 높은 게 아니기 때문이다. 가난으로 몸이 망가지고 부실한 건강보험 내에서 망가진 몸을 치료하느라 더 가난해지고, 그러다 결국 최후의 보루로 수급자가 되어 의료이용을 하게 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우리 사회의 극심한 불평등과 허약한 사회보장제도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을 재정 낭비의 ‘원인’으로 둔갑시키는 것은 편협한 정책 시각을 넘어 매우 악의적인 프레임”이라며 “빈곤층 의료보장성 후퇴 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던 까닭은 ‘윤석열 정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의 삶을 도태시켰던 윤석열 정부는 이미 끝났다. 그럼 정률제도 폐기처분되어야 하는 게 맞지 않겠는가. 수급자의 관점에서 정률제의 실체는 ‘제도적 폭력’이다. 정률제 철회를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동자동 쪽방주민이자 의료급여 수급 당사자인 정대철 동자동사랑방 사업이사는 “현재 국립의료원 소화기내과, 신경과, 비뇨기과를 정기적으로 다니고 목디스크가 있어 동네 정형외과에서 일주일에 두 번 치료를 받고 있다”며 “과거 응급실을 이용했을 때 120만 원의 비급여가 발생해 지인의 도움을 받아 해결한 경험이 있다. 누군가의 선의가 있어야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게 의료급여의 취지가 맞는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정 이사는 “진료비가 오른다면 지금처럼 병원에 다닐 수 있을지 걱정이다. 병원을 안 가면 더 아프게 될 텐데, 의사는 오라고 하고 병원비는 걱정되고 어떻게 하라는 말인지 모르겠다. 병원비 몇천 원 오르는 게 부담이 되느냐고 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렇다. 수급비 받아 한 달 살기도 빠듯해서 뭐 하나 살 때마다 살까 말까 망설이고 싼 것만 사게 된다”고 이야기했다.

정 이사는 “의료급여 정률제는 전면 철회되어야 한다.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이 치료라도 맘 놓고 받을 수 있도록 의료급여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복지부 자료에 “소중한 국민의 세금 합리적으로 써야…”

복지부에서는 변성미 과장이 ‘의료급여 제도개선’에 대해 설명했다. 변 과장은 수급자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못한 데 대한 반성과 복지부의 고충,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제도 개편에 대한 궤변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복지부가 준비한 자료에는 ‘제도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우려’ 항목에 “의료급여에 투입되는 ‘소중한 국민’의 세금을 합리적 배분해서 써야 할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심각한 고민”이라는 문구가 적혀있어 참석자들의 반발을 샀다.

질의응답 시간이 되자 많은 이들이 발언권을 얻고자 손을 들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계속 비용 이야기를 하는데 너무 화가 난다. 수급자는 ‘소중한 국민’이 아닌 건가. 왜 사회보장제도 이야기할 때만 비용논리, 사회적합의를 이야기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사회보장제도를 확대하는 것이 복지부의 역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의료의 최종 결정권자, 행위자는 의사이고 의료인이다. 의사가 의학적 판단을 해서 진단하고 처방을 내릴 때 진료비가 나오는 것이다. 과잉진료가 있다면 책임은 의사와 병원에 있다. 환자한테 책임을 돌리는 건 아주 비상식적인 정책”이라며 “복지부는 사실상 전 국민을 대상으로 ‘가짜뉴스’를 퍼뜨린 것이다. 복지부는 근거 없는 주장으로 의료급여 수급자들에 대한 도덕적 낙인을 찍은 것에 대해서 그냥 넘어가지 말고 사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이스란 차관 “철회 약속 못 해”… 결국 자리 떠난 시민들

의료급여 정률제 철회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달라는 참석자들의 요구에 이스란 차관은 “입법예고 이후의 후속 절차를 중단한다. 그리고 제도 시행에 대해 재검토를 하겠다”고 답변했다.

수급자를 비롯한 시민들은 이에 물러나지 않고 후속 조치 중단뿐만 아니라 철회를 확고히 선언할 것을 요구했다. 명확한 답변을 회피하는 이 차관에 참석자들은 항의의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이 차관은 “오늘 처음 만난 것이다. 앞으로 더 지켜봐 주고 믿어달라”고 말했다.

이에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는 울컥한 듯 마이크도 없는 채 목소리를 높였다.

“불신의 원인이 시민사회에 있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대통령 취임 다음 날 갑자기 입법예고가 올라오는 상황에서 우리가 무엇을 선택할 수 있겠습니까. 개편한다고 올라오면 시행되는 게 보통 일어나는 일인데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이 있나요. 믿고 가만히 있으면 이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되는 것입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마음은 똑같을 것입니다. 꼭 믿고 싶습니다. 믿고 기다리고 싶은 게 진짜 우리의 마음입니다. 그냥 믿으라고만 하지 말고 더 확실한 이야기를 해주십시오.”

그럼에도 돌아온 것은 “후속 절차 중단밖에 이야기할 수 없다”는 대답이었다. 결국 시민사회 참석자들은 항의의 의미로 집담회장을 먼저 떠났다. 2시간 넘게 이어진 첫 공개 집담회는 복지부의 책임 회피로 마무리됐지만, 지난 1년간의 끈질긴 투쟁으로 정률제 개악을 저지해 낸 자리였다.

출처: 비마이너 https://www.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