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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경계선에서 방황하며 성장하는 시인 이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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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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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한길 . ⓒ이한길

이한길은 1996년생으로 올해 30세인데 2025년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학과에 입학하였다. 본격적으로 문학 공부를 해 보고 싶은 것이다. 웹 기반으로 사이버 공간 안에서 문학작품을 창작하여 상업 공연으로 만드는 과정을 배우게 된다. 나사렛대학교 특수 대학원 장애학 석사과정을 스스로 마칠 정도로 그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이없는 장애 원인

한길이 세 살 때 일이다. 시부모님이 오셔서 회를 준비했는데, 아이가 회를 만지려고 해서 엄마는 아기를 업었다. 만지고 싶은 것을 못 만지게 하니까 아이가 떼를 쓰며 울었다. 그래서 사 탕을 줬는데 그것이 그만 목에 걸려 아이가 질식하는 어처구니없는 사고가 벌어졌다.

사탕을 빼려고 아이를 거꾸로 들고 배를 누르면서 응급조치를 했지만 호흡이 돌아오지 않았다. 119구급대가 와서 병원에 도착했을 때 입술, 손끝, 귀 등이 파랗게 되는 청색증이 왔고, 한길은 혼수상태가 되었다.

의사는 뇌 손상이 너무 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장애가 생길 것이라고 하였다. 가족들은 아이가 깨어나기만을 기도하며 중환자실에서 밤을 새웠는데 다음 날 한길은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어났다.

모두들 기적이라고 기뻐했지만 서서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다리가 돌아가서 보행이 완전하지 않고 통풍으로 인한 발 통증이 심하다. 청소년기에 이미 고혈압 고지혈, 당뇨 같은 성인병이 생기고. 확장성 심근증이라는 심장병으로 부정맥과 심부전증이 심하다. 근육병 소견도 있고, 암 위험도 있는 등 한길의 질병은 계속 발병하여 언제 무슨 병이 터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태라 한길의 가족은 늘 긴장하고 있다.

학창 시절 장애와 싸우기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아이들이 한길이를 이상하게 보기 시작하였다. 말이 어눌하고 책에 서 익힌 말투, 즉 문어체로 말을 하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이상하다고 놀리거나 아예 상대를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한길은 아이들과 점점 차이가 벌어지면서 고립되었다. 괴롭히는 아이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니 까 한길이는 도서관으로 숨었다. 도서관 선생님이 한길이를 보호해 주셨기 때문이다.

도서관에서 책을 읽다 보니 책을 좋아하게 되어 한길이가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한길은 일반 학교에 다니면서 어떤 과목은 6등급도 나오고 어떤 과목은 9등급이었는데 보통 7, 8등급이 나왔다. 한길은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과에 다니면서 처음으로 특수교육을 경험하였다.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장애 판정을 받았는데 지적장애 3등급이 나왔다. 처음에 의사 선생님은 자폐증의 하나인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하였지만 한길을 계속 관찰하면서 아스퍼거로만 보기 어렵겠다고 하여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것인데 지금도 한길은 자신의 장애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예술교육을 받다

대학교 2학년 때 한길의 엄마는 학부모회 회장을 맡았다. 자녀들이 함께 스스로의 힘 으로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 생각하다가 2016년, 뮤지컬 극단인 ‘라하프’를 만들었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고 상상 외로 잘 해서 예술성을 갖춘 공연을 하고 싶었다. 마침 2018년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뮤지컬아카데미 사업공모에 라하프가 선정되어 단원들에게 개별화 교육을 실시했다.

글을 쓰는 단원들이 없어서 한길이가 시나리오와 연출 수업을 받게 되었다. 한길이는 혼자 있을 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글을 쓰곤 하였는데 어떤 때는 시가 되고, 상상의 나래를 펴서 연극 시나리오도 쓰고, 중얼거리듯 래퍼의 가사도 쓴다.

사회성을 익히며

한길은 책을 통해 역사의식을 갖게 되어 위안부 집회에 계속 참여하였고, 용돈을 모아 위안부 활동에 기부도 하였다. 그리고 자기가 존경하는 사람들과 만나 인터뷰를 하여 기사로 작성하는 것을 좋아해서 잡지『휴먼에이드』기자로 활동했다.

나사렛대학교 우주형 교수께서 일본 고베대학교 쯔다 교수와의 친분으로 2016년부터 국제 교류가 시작되었다.

매년 순차로 한국과 일본에서 교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2018 년부터 라하프가 교류 주최로 참여하여 나사렛대학교에서 3박 4일 프로그램을 마치고 일본팀들은 서울로 와서 라하프 단원들과 4박 5일 동안 함께하고 있다. 고베대학교 특수교육 전공 학생들이 라하프 프로그램에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문제는 교류사업비를 마련하는 것이어서 김재은 단장은 늘 걱정이 많다.

예술인으로 성장

한길이 대학을 졸업한 후 라하프는 발달장애 예술인들의 직장이 되었다. 공연을 하며 적지만 월급을 받는 구조로 만들었다. 단원들은 라하프 연습실에 나와서 땀흘리며 공연 준비를 한다. 라하프 공연을 본 사람들은 감동적이었다는 소감은 기본이고 ‘상상 외 로 재밌다.’, ‘공연의 수준이 높다.’라며 놀라워한다.

이런 평가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사업비보다 더 많은 제작비를 투자하여 경험이 많은 전문 인력과 장비를 갖추고 공연을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이유는 배우들의 진정성이다. 발달장애 단원들은 연습할 때나 무대에 올랐을 때나 똑같다. 남들이 날 어떻게 볼까 눈치를 보지 않기에 긴장을 하지 않아서 자연스러운 연기가 된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배우들이 더 공연을 즐기고 있다. 한길이는 공연에 대해 유치하다고 투덜대기도 하지만 그것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일 것이 다. 이렇게 스스로 평가하면서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 낸다.

시인 이한길의 시 세계

이한길은 두 권의 시집을 출간한 시인이다. 시쓰기는 그가 가장 심심할 때 하는 가장 손쉬운 일이다. 그는 혼자 있을 때 마치 자신의 마음을 꺼내어 보듯 자신의 마음 상태를 기록하였다. 그 짧은 마음 드러내기가 시가 되었던 것이다.

마음 드러내기

한길은 2019년 (재)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서 매년 실시하는 장애인문화예술지원사업에 선정되어 첫 시집「정상과 비정상」이 출간되었다. 노트 속에서 오랫동안 숨어 있던 그의 마음 을 뮤지컬 드리머스 공연에서  문학을 세상 밖으로 꺼낸 것이다.

경계선

위로 갈 수도 있고

아래로 내려갈 수도 있고

오른편에 서도

왼편에 서도

난 지금 경계선에 있다

 

현실을 직시하란 것도

커다란 얼음 덩어리 같고

그런 존재들이 여전히

나에겐 역겹다

 

내 앞의 이 붉게 그어진

경계선을 두고

난 끝내기 바둑 두는 선수마냥

수를 놓기 어렵다

시 <경계선> 은 첫 시집 첫 번째로 실린 시이다. 그는 자신이 정상과 비정상 경계선에 위치해 있다고 고백한다. 위로 또는 아래로 왔다갔다 하지만 자신은 좌우 어느 편에서도 경계선에 있 다고 하면서 현실을 바로 보라는 충고를 큰 얼음 덩어리에 비유하여 차가운 현실이 역겹다고 하였다.

슬프다거나 고통스러운 것이 아니라 역겹다고 하여 구역질이 날 만큼 싫다는 강한 거 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붉게 그어진 경계선을 가운데 두고 바둑 대련 막판에 임하는 선수처럼 바둑 수를 놓기가 어 렵다고 하였다. 경계선에 서 있는 그는 매순간 머리를 굴리며 어떻게 해야 경계선을 넘어 정상 으로 보이도록 할 것인지 계산을 하며 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면 주머니

가면 장수가 장사하러

가면들을 들것에 넣고 다니듯이

내게도 그런 가면들이

몇 개 들어 있다

 

숨기는 게 익숙하고

감정이란 밸브를 늘 조이고

그 상태로 이리저리

거리를 다닌다

 

오늘도 가면을 쓰고 다니고

그 순간들이 보기 싫어

보따리를 뒤져 또 하나의

가면을 집어낸다

시 <가면 주머니>는 시인의 심리 상태가 잘 나타난다. 시인은 자신의 감정을 속이는데 익숙 하여 감정이란 밸브를 늘 조이고 다닌다고 하였다. 가면 장수가 여러 가지 가면들을 갖고 다 니듯이 자신도 가면 주머니에서 어떤 순간이 보기 싫을 때 가면을 꺼내 쓴다고 하였다.

그 가 면의 표정은 시인의 진짜 표정과는 정반대 일 것이다. 시인은 우리 사회라는 무대에서 메소드 (method) 연기를 하며 살고 있다. 아마 그의 마 음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엄마조차도 그의 메소드 연기에 속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사 용하는 가면은 컴퓨터 객체 지향 프로그래 밍에서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메소드처럼 자신의 감정을 숨기려고 자신의 뇌 속에 감정 체계를 심어 놓은 듯하다.

 

빈 약통

먼지가 내려앉고

녹이 슬어 뚜껑이 열리지도 않는

그런 낡은 빈 약통

 

약의 부스러기가

주인의 증세를 말해 주고

뚜껑은 입구가 거칠다

 

세상의 모든 병을 고치는 것은

아니나 조금이나마

통증을 줄이는 약으로

세상에 도움이 되는 그런 사람으로 남기를

사람들은 빈 약통에 눈길조차 주지 않는다. 그런데 시인은 그 빈 약통을 보면서 그 약통 주인 이 어떤 병증세를 갖고 있었는지 짐작하고, 약 뚜껑을 수없이 열고 닫았을 환자의 고통이 자 신에게 전이되어 온다. 약으로 세상의 모든 병 특히 장애는 약도 없는 병이지만 그래도 그 약들은 사람들의 통증을 줄여 주었기에 자신도 약처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그가 세 상에 필요한 사람이 되려는 목표를 세우고 있음을 말해 준다.

「정상과 비정상」이란 시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그의 가장 큰 딜레마는 정상과 비정상 사 이의 갈등이다. 그 갈등에서 빚어지는 감정을 숨기기 위해 메소드 장치를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는 자신을 숨기기만 하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통증을 줄여 주는 약처럼 세상에 도움을 주는 적극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 준다.

사회적 외침

이한길은 2년 후인 2021년 「다름 그리고 같음??」이라는 시집을 출간하였다. 첫 번째 시집에 서 자신의 마음을 시로 표현했다면 두 번째 시집에서는 사회를 향해 장애와 장애인의 역할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외친다.

 

다름

어느 테이블 위에 다양한

모양의 모양틀이 놓여져 있다

별의 모양틀

사각형의 모양틀

삼각형의 모양틀

 

세상은 어느 모양틀을 기준으로 두고

다르면 치워 버리는 틀에 매여 있다

 

난 오늘도 질문을 던진다

세상의 틀이 중요한가

자신이 다름을 딛고 가고자 하는 길을

가고 있음이 중요한가?

사람이 사는 세상은 다양한 모양이 있는데 우리 사회는 어떤 모양틀을 기준으로 정하고 그 것과 다른 모양틀은 치워 버린다고 배제의 문제를 지적한다. 그래서 시인은 묻는다. 틀이 중 요한가? 아니면 다름을 딛고 자기 역할을 열심히 하는 것이 중요한가? 이 물음에 많은 사람들이 후자가 중요하다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는 여전히 기 준으로 정한 틀에 매여 작동한다.

시인은 겉으로는 다름을 인정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다름 을 배제하는 사회의 모순적 행태에 역겨움을 느낄 것이다. 왜 인간 사회는 약자 그 가운데에서도 장애인이 싫다고 솔직히 말하지 않는 것일까? 왜 사람들은 다름을 쓰레기처럼 치워 버리는 것일까? 시인은 앞으로도 이런 질문들을 계속 던질 것이다.

 

무명의 정거장

수많은 버스들이 오고 가며

손님들을 태우고 목적지로 간다

그렇게 중간마다 타고 내리면서

종착 지점 향해 달리고 달려간다

 

이름 없는 무명의 정거장

지나드는 사람도

밝은 빛도 없지만

정거장은 오늘도 그 자리에 있다

 

나중에 크게 쓰임을 위해

정거장은 오늘도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름이 붙여지지 않은 무명의 정거장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시인은 무명 정거장을 만 들었다. 버스는 정거장마다 멈춰서 손님을 태우기도 하고 내려 주기도 한다. 버스는 종착지를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이름 없는 무명의 정거장은 드나드는 사람도 없고 불빛조차 없지만 무명의 정거장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 지금은 사람들이 쳐다보지도 않지만 나중에 쓰임새가 생길 수도 있으니 그날을 위해 무명의 정거장은 오늘도 외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하여 무명의 설움을 훗날의 역할을 위해 감내 하고 있는 것이다.

 

커피라는 이름의 링거

힘들고 치열한 경쟁에서 지치고

모든 힘도 이미 바닥을 보고 있을 때

근처의 카페로 옮겨

커피를 주문한다

 

힘들고 처지는 것을

이 커피로 덜어 본다

처음 한 잔, 두 잔은 커피이고

세 잔 이상은 물처럼 링거액으로 들어온다

 

우리는 아니

이 세상을 사는 모든 사람들은 오늘도

커피란 이름의 링거에 기대어 가며

하루의 삶을 살아간다

이 시는 그냥 커피의 효능에 대해 예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나 우리 사회에서 산다는 것이 녹록하지 않음을 드러낸다. 시인을 지치게 하는 것은 치열한 경쟁 때문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시인은 몸과 마음이 지쳐 있을 때 카페에서 커피를 주문한다. 처음 한두 잔은 커피맛이 나지 만 그다음부터는 갈증을 덜어 주는 물처럼 그리고 영양을 공급해 주는 링거액처럼 몸속으로 들어온다. 그런데 시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모든 사람들이 오늘도 ‘커피란 이름의 링거’에 기대어 하 루의 삶을 살아간다고 하였다. 어디에서나 손에 테이크아웃 커피컵을 들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시인의 눈에는 그것이 커피를 즐기는 것이 아니라 지친 삶에 링거를 맞고 있다고 본 것이다.

두 번째 시집 「다름 그리고 같음??」에서 시인은 훨씬 큰 주제로 우리 사회를 비평한다. 우리 사회는 사람을 판단하는 기준을 정해 놓고 그 기준에 맞지 않으면 배제시키는 것은 잘못된 일 이고, 자신은 쓰임새가 없는 투명 인간 취급을 받지만 언젠가는 자기의 쓰임새를 발견하는 날 이 올 것을 믿고 무명 정거장 같은 외로움을 견뎌 내고 있다. 오늘날 현대인들은 ‘커피란 이름의 링거’에 기대어 하루 삶을 살고 있다고 하여 우리 사회의 치열한 경쟁구도를 지적하였다. ‘커피란 이름의 링거’는 커피 회사에서 사용함직한 카피인데 그 저작권은 시인 이한길에게 있음을 밝혀 둔다.

나사렛대학교 재활자립학부 학사

나사렛대학교 기독상담학부 학사

나사렛대학교 재활복지대학원 장애학 석사

서울사이버대학교 웹문예창작과 재학 중

2024 뮤지컬 사랑의 유산 ‘한길’역

2024 뮤지컬 드리머스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특별초청 공연

2023 뮤지컬 드리머스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 공연

2022 뮤지컬 드리머스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공연

2021 뮤지컬 The Voice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 공연

2021 광고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거리두기 프로젝트 ‘한길의 생각’ 편 주인공

2021 시집 2집 「다름 그리고 같음??」(후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문화체육관광부)

2020 광고 하나금융그룹 기업광고 ‘엄마의 졸업식’

2019 시집「정상과 비정상」(후원: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문화체육관광부)

2019 랩 앨범 작사, 래퍼

2019 뮤지컬 21세기 현대로 본 신데렐라 작가, 연출

2018 뮤지컬 This our story 평창패럴림픽 초청 공연

2017 뮤지컬 This is our story ‘복수할 거야’

2016 뮤지컬 This is our story ‘너는 대학에 갈 수 없어’

2024 복지TV 자문위원 위촉

2021 교육부 장애인 진로멘토단 위촉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