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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발달장애인이 리더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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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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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의 탄생' 집필에 참여한 당사자 저자들과 함께. ©김영아

발달장애인에게 '리더'라는 이름표가 주는 의미

【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세상은 '리더' 와 '팔로워' 가 맞물려 움직인다. 두 개의 톱니가 잘 맞물려야 돌아가듯 사람관계도 리더와 팔로워가 잘 맞물려야 서로 윈윈하며 살아갈 수 있다. 리더와 팔로워는 직책과 권한을 의미하지 않는다. 내가 요리를 잘하고, 친구가 설거지를 잘한다면 요리할 때는 내가 리더가 되고 설거지할 때는 친구가 리더가 되어 서로의 강점을 존중하고 약점을 보완해줄 때 우리는 공생할 수 있다.

장애인복지 현장에 몸담은지 올해로 24년 째. 업무적인 공간을 벗어나 개인적 관계에서도 내 주변에는 많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분들이 있다. 인연을 맺은 지 10년이 훌쩍 넘은 분들과는 함께 늙어가는 사이가 되어버렸다. 가끔 서로의 직장 고충을 나누기도 하고, 맥주 한 잔을 기울이며 스트레스 풀자고 할 만큼 가까운 인연이 많아졌다.

올해 초. 주변의 당사자분들과 힘을 모아 한 권의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함께 참여한 당사자는 총 네 분이었고, 이들의 이야기를 최대한 생생하게 전달하고파 인터뷰 방식을 택했다. 내가 질문을 던지면 당사자분들이 답변을 하고, 나도 내가 그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전한 가운데 우리의 이야기를 꿈틀대는 그대로 종이에 앉혔다.

함께한 당사자 저자분들은 각자의 영역에서 '리더' 로 살아가고 있었다. 자조모임에서 리더역할을 맡기도 하고,  직장선배로서 꿀팁을 전수하며 직장인 리더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어 직업재활사와 1:1 계약을 맺고 이미지 리더역할을 하기도 하며, 스무 살 부터 시작한 자립생활 경험을 바탕으로 자립 리더 역할을 하는 분도 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세상에 리더 아닌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우리는 자신의 재능 안에서만큼은 리더가 될 자격이 충분히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발달장애인과 리더를 쉽게 매칭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에게 팔로워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뛰어난 재능과 리더십을 장착했다할지라도 그를 따르고 배우려하는 '팔로워' 가 없다면 '리더' 는 존재할 수 없다.

수려한 외모와 대단한 가창실력, 화려한 댄스실력을 갖춘 가수가 있다 할지라도 그를 좋아하며 응원하는 팬덤이 없다면 그는 스타가 될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이처럼, 팔로워는 리더보다 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다만, 우리가 리더십 교육에 치중하느라 팔로워십을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다.

우리가 발달장애인들을 리더로 성장시키기 위해 필요한 것은 그들의 재능, 강점을 알아차리는 것을 넘어, 그들 앞에 팔로워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당사자에게 기회를 주고, 우리가 먼저 배울 것을 찾고, 도움받거나 기여받고싶은 것을 요구하는 팔로워로 다가가는 순간 당사자들은 리더로 성장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타인에게 기여하는 존재가 되길 원하며, 내가 잘하는 것으로 인정받았을 때 자기효능감이 발현된다. 자기효능감은 '난 뭐든 해낼 수 있어' '살아갈 맛이 난다' 라는 느낌을 주기에 그 어떤 복지서비스보다 삶의 질을 높여준다.

지금 우리가 그들에게 해주어야 할 것은 돌봄, 교육,  안전, 보호를 넘어 그들이 리더로 설 수 있는 팔로워가 되어주는 것이다. 더 많은 발달장애인 리더가 탄생하길 바라며, 오늘도 그들 앞에 팔로워로 다가가려 한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