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

게시판 정보제공

[에이블뉴스] 자폐 당사자의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말하다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5-02

본문

네트워크를 통해 연결된 인터넷 컴퓨터들처럼 인터넷 공간의 유저들도 교류하며 연결된다. © pixabay

"따돌림에 쫓겨나기까지··당사자 정신건강 이슈 중요"
"관심사 통해 세상에 나아가는 긍정적 계기 될 수도 있어"

인터넷, 커뮤니티, 소셜 네트워킹 서비스의 세상

어떤 이슈가 있을 때 특정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뉴스 댓글 따위의 목소리가 일반인 전체 여론으로써 과대표된다는 지적이 늘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유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 되었다.

이는 비장애인뿐만 아니라 자폐 당사자를 비롯한 발달장애인에게도 적용되는 사항이다. 유(有)진단·미등록 자폐인인 필자 역시 어릴적부터 만 20대의 끝자락이 다가오는 지금까지 적지 않은 시간동안 SNS와 인터넷 커뮤니티 활동을 해 오면서 랜선 너머 사람들과의 많은 일들이 있었다.

인터넷의 공간에서 사람과 상호 작용의 경험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는 자폐인과 신경다양인, 그리고 정신적 장애인들에게. 과거의 상처받은 일들로 너무 아파하지 말자고, 당신은 한심한 외톨이가 아니라고. 그렇게 말하는 글을 쓰면 누군가의 마음엔 꼭 닿으리라 싶어서 글을 쓰게 되었다.

커뮤니티의 폐쇄성, 마냥 개방적이지 않은 SNS의 이해

커뮤니티나 SNS 종류마다의 차이는 있지만, 대체로 처음 들어가서 바로 적응하는 것은 비장애인들에게도 쉽지만은 않을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그 근거로 처음 3개월은 글을 읽기만 하면서 암묵의 룰을 파악하라는 문화를 들 수 있겠다. 이는 커뮤니티나 SNS마다 어느 성향이 주류를 차지하는지가 차이가 큰 경우가 많아서 분위기를 흐리지 말라는 폐쇄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것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A 커뮤니티에서는 흔한 태도로 여겨지는 것이 '같은 주제를 다루는 곳이라도' B 커뮤니티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에 더욱 민감하지 못할 수밖에 없는 자폐인들은 사람을 사귀기도 전에 미움사기 딱 좋을 상황에 놓인다. 아예 A 커뮤니티와 B 커뮤니티가 해당 자폐인을 배척하는 것만큼은 통일된 의견을 낼 수도 있다.

폐쇄적·배타적인 특성과 개방적 시스템을 함께 가진 SNS의 경우, 문화를 파악하지 못하고 '눈치 없이' 개인 마이크로블로그라고만 생각해 자신의 이야기를 하다가 개방적 시스템을 통해 곤혹을 치르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인터넷 공간에서 일명 '빌런(villain; 악인)'으로 찍혀 격리된 이들 가운데서, 개개인의 정체성이나 진단이력을 확신할 수는 없겠으나 신경다양인 내지는 정신적 장애인으로 추정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확히는 그들의 언행과 행동 패턴을 통한 유추이다.

물론 이는 당사자인 필자의 동족 파악하는 촉에 불과하긴 하다. 강제적으로 자신의 관심사 쪽 사람의 적대를 직접적으로 받고 쫓겨나면 안좋은 기억이 오래 남아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지장을 초래하기 쉽다.

정신건강을 크게 해쳐서 중복장애 우려까지 이르게 되는 것은 지금도 종종 일어나는 일들임에도 많이 이야기되고 있는 주제가 아닌 실정이라고 할 수 있다.

미등록 자폐인의 가슴 속 한(恨), 누가 닦아 주나요

자폐 당사자들이 이용하는 어느 인터넷 게시판에는 장애를 카스트 제도에 빗대어 등록 장애인은 최하위 신분, 아스퍼거인의 정체성을 가진 미등록 자폐인은 그보다도 밑의 불가촉 천민이라고 울분 섞인 자조를 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불행 배틀'에 거들고자 하는 것은 결코 아님을 분명히 하려 한다. 등록장애인과 미등록장애인 간의 불행 총량 겨루기는 장애인이 사회로부터 겪는 부당한 혐오와 그로 인해 처하는 어려움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당사자가 마땅히 가져야 할 자원을 보장받는 길이 될 수 없으며, 그게 해법이 되어서도 안 된다. 억압의 기제를 고려하지 않고 자원의 몫을 다투는 싸움이 성공할 수는 없다. 생산적인 대화 방식이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등록 자폐인들이 일부러 쫓겨나고 경멸받고 때로는 얼씬거리지 말라는 위협까지 받는 삶을 자진해서 택할 리 없었을 것임은 명백하다.

장애인으로서 도움을 얻기 극히 어려운 상황 속, '(등록)장애인도 아니면서 사지 멀쩡한 사람이 왜 그러고 사냐'는 말이 다같이 지겨울 것이 미등록 정신적 장애인의 입장이다. 이렇게 보면 저런 카스트 비유가 당사자들의 공감을 얻는 배경이 무엇인지 짐작해 공감하기까지도 어렵지 않다.

관심사를 통해 대인관계 역량 향상과 사회화로 가다

앞서 언급한 '눈팅(글을 읽기만 함) 3개월 문화'에서 보듯, 적응과 사회성은 비장애인이라고 해도 기본으로 바로 탑재되어 작동하는 시스템이 아니다. 그들의 사회성도 사람들과 교류하고, 받아들여지고, 실수도 하면서 배워나간 것이다.

구성원의 관용을 통해 자폐 당사자와 신경다양인에게도 조금 느린 속도의 학습으로나마 온정과 사회성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문화가 자리잡길 바란다.

특정 장르의 게임이 되었든, 철도가 되었든, 어떤 분야든 일정 수준 이상의 흥미를 꾸준히 갖고 취미를 가진 자폐 당사자들이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의 흥미를 트라우마로 만들고 비장애인들의 문화로 지키기보단, 다름과 다양성을 받아들이는 사회성을 새로 사회적으로 성립시킬 수는 없을까?

필자의 경우는 어느 정도 친구를 사귈 수 있게 된 고2~20대 초반 시기부터 SNS를 활용하여 사람들을 만나고, 커뮤니티 사이트도 조금씩 정상적인 교류의 형태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아직 실수했던 것도 많지만 어릴 적 채우지 못했던 인간관계의 따뜻함을 채우고 좋은 인연들을 많이 만나며 오프라인에서도 사람들을 만나 청춘의 한 페이지를 채울 수 있던 점은 귀한 자산이고 행운이었다.

그러나 한 게임 장르의 취미 커뮤니티에 오랫동안 머물며 중학생 이전이나 고1 시절의 필자를 기억하는 올드비 유저들로부터 은근히, 또는 노골적으로 아니꼬운 배척 어린 시선을 받는 것까지 어떻게 할 방법은 없었다. 이는 강산이 한 번 반이 변하려는 지금도 해당된다.

신경다양성 당사자 정체성과 인터넷

한편, 인터넷을 통해 자폐 특성을 자가진단하고 자신의 특성을 정체성으로 삼아 병원을 찾는 등 자신의 신경다양성을 알게 되는 계기가 되는 경우도 많다. 자가진단을 시도한 계기가 인터넷에서의 일이라면 인터넷을 계기로 자신의 특성을 알게 되는 셈이다.

챙겨주며 살기도 너무 짧은 이 인생, 신경다양인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며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인터넷 공간에서의 내 경험은 신경다양인의 인터넷 사용 경험 모두를 대표할 수는 없다. 그러나 배척을 받는 자폐인 이야기, 인터넷으로 사회 속 새로운 자리를 찾는 자폐인 이야기 모두 나 자신에게 시사하는 바가 각별하다.

아무쪼록 비장애인과 친구가 되고 소통하는 미등록 정신적 장애인들, 그들의 우정 또한 이 자리를 빌려 응원하는 바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