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 고기초 특수교사 ‘15개월간 7번 교체’… 장애학생 학습권 붕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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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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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9월 교사 병가 후 3개월간 교사 5명 바뀌어
올해는 1‧2학기 교사 달라… 장애학생, 등교 거부까지
특수교사 자격증 없는 일반교사, ‘중등’특수교사가 초등특수 수업 맡아
고기초‧용인교육지원청‧경기도교육청, 책임 떠넘기며 ‘시스템 탓’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고기초등학교. 일반학급 10개, 특수학급 1개(전교생 187명)가 있는 작은 학교다. 지난해 9월 중순, 특수교사가 병가를 낸 후로 특수교사 자리는 1년 3개월째 공석이다. 특수교사가 학교에 적을 둔 채 휴직한 상황이라 계약제교원만 채용 가능하다. 그 사이 지난해에만 5명, 올해엔 2명의 교사가 그 자리를 잠시 맡았다가 떠났다. 장애학생 입장에선 15개월간 총 7번 교사가 교체된 셈이다.
발달장애학생들은 교사와의 관계 형성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그러나 잦은 교사 교체로 현재 교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배움은커녕 보육만 겨우 이뤄지고 있다”(ㄱ씨), “1년 사이 아이 기능이 오히려 퇴행했다”(ㄴ씨), “학교에 안 보낼 수는 없으니 그냥 보낸다”(ㄷ씨)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며 “내년에도 기간제교원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작년에만 5명 교체, 올해도 1‧2학기 교사 달라
지난해 9월 23일,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한 특수교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갑작스레 병가를 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일 하루는 특수학급 운영을 하지 못한 채 통합학급 수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다음 날부터는 용인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순회교사(가정, 학교 등에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특수교육교원으로 주로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파견한다)를 파견했다. 세 명의 특수교사가 2~3주간 매일 다른 요일에 왔다고 한다. 월요일엔 A, 화요일엔 B, 수요일엔 C가 오는 식이다. 10월 중순부터는 ‘특수교사 자격증이 없는 정년퇴직한 초등교사’가 열흘 정도 와서 수업을 했다. 10월 26일부터는 ‘초등’특수교사가 아닌 ‘중등’특수교사가 학기가 끝날 때까지 특수학급을 맡았다. 다섯 번째 선생님이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학부모들은 올해엔 안정적인 선생님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도 특수학급은 위태롭게 돌아갔다. 올해 1학기 교사와 2학기 교사는 다른 사람이었다. 올해 1학기, 여섯 번째로 온 기간제 선생님은 교직 이수만 하고 임용고시는 보지 않은 선생님이었다. 2학기에는 ‘중등’특수교사가 왔다.
경기도교육청의 ‘공립초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에 따르면, 초등교육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채용되지 않을 때는 중등특수교육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특수교사 자격 소지자가 채용되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유초등 또는 중등 ‘일반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 즉, 특수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초등특수교육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와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직원 현황. 특수교사 정원으로 1명이 적혀 있다. 현재 특수학급에는 특수교사 1명과 지원인력 2명(특수교육지도사,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직원 현황. 특수교사 정원으로 1명이 적혀 있다. 현재 특수학급에는 특수교사 1명과 지원인력 2명(특수교육지도사,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 ‘내년에는 제발…’ 그러나 내년에도 기간제 교사 배정 가능성 커
현재 고기초 특수학급에는 1학년 두 명, 4학년 네 명으로, 총 6명의 발달장애학생이 있다.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부모는 전학 간 상태다.
ㄱ씨의 자녀는 중증지적장애인으로 고기초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또래 친구들은 중학교에 다니는 나이(14살)지만 아직 4학년에 다니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1년을 유예하고 2018년에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 폭력을 겪어 그해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통합교육을 꿈꾸며 2020년에 고기초 1학년으로 입학했다. 장애자녀가 비장애학생들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길 바랐다.
그래서 통합학급 생활이 중요했다. 장애학생의 법적 소속 학급은 통합학급이라고 불리는 일반학급이다. 보통 장애학생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받는다. 이때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이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장애학생의 특성을 파악해 일반학급 담임교사와 원활히 소통하고 개별화 교육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ㄱ씨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특수교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녀의 수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에 교사 교체가 일어나면서부터 아이의 교육은 멈췄다. 급기야 지난해부터 아침마다 등교 거부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금도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 안 간다고 해서 진짜 미칠 것 같아요. 작년에 매일 매일 교사 바뀔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교육은커녕 보육의 의미밖에 없었죠. 현재도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연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초등과 중등은 엄연히 다른데 중등특수교사 선생님이 계속 오시니 아이들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어요. 내년에 5학년이 되면 중학교 진학도 고민해야 하는데 진학상담도 받을 수 없으니깐…… 너무 불안하죠.”
특수교사 한 명이 한 학기 만에 6명의 발달장애아동의 특성을 파악해 개별화 교육 계획을 수립해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선생님이 오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니 다소 외진 고기초까지 오겠다는 초등특수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선생님이 안 올까 봐 너무 불안해요. 제발 아이들 졸업할 때까지 계실 수 있는 선생님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는 통화 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울먹였다.
ㄴ씨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자녀도 중증지적장애로 올해 4학년이다. 그의 자녀는 1년 유예해서 2020년에 입학했다. 그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이는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 ‘1학년을 무사히 다닐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특수교사의 지원으로 아이는 2학년 때 한글을 떼고 무사히 3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교사가 거듭 교체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이도 교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교사도 아이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안 되고 있어요.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교사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어요. 지금 계신 선생님들까지 그만두시면 어떡해요.”
그는 앞으로 학교에 정교사가 오지 않을까 봐 무섭다. 조급한 마음에 경기도교육청, 용인교육지원청에도 숱하게 전화했으나 ‘기간제 선생님 구하는 것은 학교 몫’이라는 답만을 들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ㄷ씨의 자녀는 올해 고기초에 입학했다. ㄷ씨는 고기초 입학을 위해 이사까지 왔다. 특수학급에 대한 일반학급 학부모들의 이해도가 다른 학교보다 높다는 소문을 일찍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니 특수교사 정교사가 없었다. ㄷ씨는 “정교사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1학기 교사와 2학기 교사가 다르니 아이는 학교에 정을 붙일 수가 없다. 그는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보내고는 있지만, 물리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과거에 정교사가 있을 때는 ‘한 달을 두고 봤을 때 아이가 전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네요’하는 피드백을 일주일에 한 번씩 주고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계신 선생님들도 노력을 많이 해주시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특성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파악할 만하면 그만두시고… 지금은 학교에서 뭘 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냥 학교 갔다가 집에 오는 거예요.”
세 명의 학부모 모두 기간제 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이 될까 봐 인터뷰 내내 우려하며 말을 아꼈다. 이들은 “기간제 선생님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잦은 교사 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특수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비마이너DB
한 특수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비마이너DB
- 고기초‧용인교육지원청‧경기도교육청, 책임 떠넘기며 ‘시스템 탓’
학부모들의 마음은 애가 타지만 고기초, 용인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은 잦은 교사 교체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규교원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두어야 해서 결원은 기간제로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재 시스템이기에 내년 1학기에도 정규 교사가 아닌 새로운 기간제 교사가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기초 교감은 지난 1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학교는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를 뿐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한 선생님이 계속해서 지도하긴 어려웠으나 비자격자가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솔직히 수업 학습권을 침해받았다고까지 하기엔 사실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교사 채용을 준수했기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초등학교 담당은 교육지원청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박신영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관은 “중간에 그만두지 못할만한 사람(정규교원)을 채용할 순 없다. 저희는 총괄할 뿐 초등학교는 교육지원청 담당”이라고 선을 그으며 “교육지원청에서 수업이 비지 않게 순회교사를 계속 지원한 것으로 안다. 그 정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원론적인 설명만을 반복했다. 박명제 용인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 특수장학사는 “정규교원이 갈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경기도교육청에서 용인시로 정규교원 수를 매년 할당한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교체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정규교원(으로 있는 사람의) 자리를 뺄 순 없다”고 말했다.
박 특수장학사는 “장기 휴직인 경우엔 ‘별도정원’이라고 해서 그 기간에 정규교원을 배치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많지 않으며, 현재 그런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24조의2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은 1년 이상의 파견근무 등으로 ‘별도정원’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를 직무 정원에 포함하여 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방임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교육당국은 교사 부재로 발생한 문제를 모두 장애학생들이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문제라면 잘못된 시스템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유리하도록 고민하며 고쳐나가는 게 교육당국의 역할 아닌가. 학교 교육으로 아이들이 오히려 퇴행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 교육당국은 전혀 문제를 못 느낀 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올해는 1‧2학기 교사 달라… 장애학생, 등교 거부까지
특수교사 자격증 없는 일반교사, ‘중등’특수교사가 초등특수 수업 맡아
고기초‧용인교육지원청‧경기도교육청, 책임 떠넘기며 ‘시스템 탓’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 메인 화면 캡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있는 고기초등학교. 일반학급 10개, 특수학급 1개(전교생 187명)가 있는 작은 학교다. 지난해 9월 중순, 특수교사가 병가를 낸 후로 특수교사 자리는 1년 3개월째 공석이다. 특수교사가 학교에 적을 둔 채 휴직한 상황이라 계약제교원만 채용 가능하다. 그 사이 지난해에만 5명, 올해엔 2명의 교사가 그 자리를 잠시 맡았다가 떠났다. 장애학생 입장에선 15개월간 총 7번 교사가 교체된 셈이다.
발달장애학생들은 교사와의 관계 형성이 교육의 질을 좌우한다. 그러나 잦은 교사 교체로 현재 교육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학부모들은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배움은커녕 보육만 겨우 이뤄지고 있다”(ㄱ씨), “1년 사이 아이 기능이 오히려 퇴행했다”(ㄴ씨), “학교에 안 보낼 수는 없으니 그냥 보낸다”(ㄷ씨)며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나 교육당국은 현재로선 어쩔 수 없다며 “내년에도 기간제교원이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 작년에만 5명 교체, 올해도 1‧2학기 교사 달라
지난해 9월 23일, 학부모에게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당한 특수교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갑작스레 병가를 냈다. 취재를 종합하면, 당일 하루는 특수학급 운영을 하지 못한 채 통합학급 수업이 이뤄졌다고 한다.
그다음 날부터는 용인교육지원청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순회교사(가정, 학교 등에 있는 특수교육대상자를 직접 찾아가 교육하는 특수교육교원으로 주로 특수교육지원센터에서 파견한다)를 파견했다. 세 명의 특수교사가 2~3주간 매일 다른 요일에 왔다고 한다. 월요일엔 A, 화요일엔 B, 수요일엔 C가 오는 식이다. 10월 중순부터는 ‘특수교사 자격증이 없는 정년퇴직한 초등교사’가 열흘 정도 와서 수업을 했다. 10월 26일부터는 ‘초등’특수교사가 아닌 ‘중등’특수교사가 학기가 끝날 때까지 특수학급을 맡았다. 다섯 번째 선생님이었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학부모들은 올해엔 안정적인 선생님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올해도 특수학급은 위태롭게 돌아갔다. 올해 1학기 교사와 2학기 교사는 다른 사람이었다. 올해 1학기, 여섯 번째로 온 기간제 선생님은 교직 이수만 하고 임용고시는 보지 않은 선생님이었다. 2학기에는 ‘중등’특수교사가 왔다.
경기도교육청의 ‘공립초중등학교 계약제 교원 운영’ 지침에 따르면, 초등교육 특수교사 자격증 소지자가 채용되지 않을 때는 중등특수교육 자격증을 가진 사람을 채용할 수 있다. 특수교사 자격 소지자가 채용되지 않으면 그다음으로 유초등 또는 중등 ‘일반교사’를 채용할 수 있다. 즉, 특수교사 자격증이 없어도, 초등특수교육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와도 법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다.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직원 현황. 특수교사 정원으로 1명이 적혀 있다. 현재 특수학급에는 특수교사 1명과 지원인력 2명(특수교육지도사,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고기초등학교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교직원 현황. 특수교사 정원으로 1명이 적혀 있다. 현재 특수학급에는 특수교사 1명과 지원인력 2명(특수교육지도사, 사회복무요원)이 배치되어 있다.
- ‘내년에는 제발…’ 그러나 내년에도 기간제 교사 배정 가능성 커
현재 고기초 특수학급에는 1학년 두 명, 4학년 네 명으로, 총 6명의 발달장애학생이 있다.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부모는 전학 간 상태다.
ㄱ씨의 자녀는 중증지적장애인으로 고기초 4학년에 재학 중이다. 또래 친구들은 중학교에 다니는 나이(14살)지만 아직 4학년에 다니는 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다. 1년을 유예하고 2018년에 한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나 학교 폭력을 겪어 그해 학교를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다시 한번 더 통합교육을 꿈꾸며 2020년에 고기초 1학년으로 입학했다. 장애자녀가 비장애학생들 속에서 어울려 살아가길 바랐다.
그래서 통합학급 생활이 중요했다. 장애학생의 법적 소속 학급은 통합학급이라고 불리는 일반학급이다. 보통 장애학생은 일반학급과 특수학급을 오가며 수업받는다. 이때 특수교사는 장애학생이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필요한 지원을 해야 한다. 장애학생의 특성을 파악해 일반학급 담임교사와 원활히 소통하고 개별화 교육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ㄱ씨는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특수교사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자녀의 수업이 안정적으로 이뤄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작년에 교사 교체가 일어나면서부터 아이의 교육은 멈췄다. 급기야 지난해부터 아침마다 등교 거부를 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지금도 아이가 아침마다 학교 안 간다고 해서 진짜 미칠 것 같아요. 작년에 매일 매일 교사 바뀔 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교육은커녕 보육의 의미밖에 없었죠. 현재도 특수교사와 일반교사의 연계가 제대로 되고 있는지 솔직히 모르겠어요. 초등과 중등은 엄연히 다른데 중등특수교사 선생님이 계속 오시니 아이들 대하는 태도에서 차이가 있어요. 내년에 5학년이 되면 중학교 진학도 고민해야 하는데 진학상담도 받을 수 없으니깐…… 너무 불안하죠.”
특수교사 한 명이 한 학기 만에 6명의 발달장애아동의 특성을 파악해 개별화 교육 계획을 수립해 지원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그럼에도 지금은 선생님이 오시는 것만으로도 고마워해야 하는 상황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당했다는 소문이 퍼지니 다소 외진 고기초까지 오겠다는 초등특수교사가 없기 때문이다.
“학기가 바뀔 때마다 선생님이 안 올까 봐 너무 불안해요. 제발 아이들 졸업할 때까지 계실 수 있는 선생님이 왔으면 좋겠어요.” 그는 통화 내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울먹였다.
ㄴ씨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자녀도 중증지적장애로 올해 4학년이다. 그의 자녀는 1년 유예해서 2020년에 입학했다. 그해, 코로나가 터지면서 아이는 학교에 거의 가지 못했다. ‘1학년을 무사히 다닐 수 있을까’ 불안했지만 특수교사의 지원으로 아이는 2학년 때 한글을 떼고 무사히 3학년이 되었다. 그런데 작년 9월부터 교사가 거듭 교체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아이도 교사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고, 교사도 아이를 파악할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게 안 되고 있어요. 부모와 교사는 아이의 교육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데 지금은 교사에게 어떠한 요구도 할 수 없어요. 지금 계신 선생님들까지 그만두시면 어떡해요.”
그는 앞으로 학교에 정교사가 오지 않을까 봐 무섭다. 조급한 마음에 경기도교육청, 용인교육지원청에도 숱하게 전화했으나 ‘기간제 선생님 구하는 것은 학교 몫’이라는 답만을 들었다.
자폐성 장애가 있는 ㄷ씨의 자녀는 올해 고기초에 입학했다. ㄷ씨는 고기초 입학을 위해 이사까지 왔다. 특수학급에 대한 일반학급 학부모들의 이해도가 다른 학교보다 높다는 소문을 일찍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막상 입학하니 특수교사 정교사가 없었다. ㄷ씨는 “정교사가 없다는 게 이해가 안 간다”고 말했다. 1학기 교사와 2학기 교사가 다르니 아이는 학교에 정을 붙일 수가 없다. 그는 아이를 학교에 안 보낼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이 보내고는 있지만, 물리적으로 왔다 갔다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없다고 했다.
“과거에 정교사가 있을 때는 ‘한 달을 두고 봤을 때 아이가 전엔 이랬는데 지금은 이렇네요’하는 피드백을 일주일에 한 번씩 주고받았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계신 선생님들도 노력을 많이 해주시긴 하지만 우리 아이들은 특성 파악하려면 오랜 시간이 필요하잖아요. 파악할 만하면 그만두시고… 지금은 학교에서 뭘 했는지도 알 수 없고 그냥 학교 갔다가 집에 오는 거예요.”
세 명의 학부모 모두 기간제 교사 개인에 대한 비난이 될까 봐 인터뷰 내내 우려하며 말을 아꼈다. 이들은 “기간제 선생님이 문제라는 게 아니다. 잦은 교사 교체가 문제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특수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비마이너DB
한 특수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비마이너DB
- 고기초‧용인교육지원청‧경기도교육청, 책임 떠넘기며 ‘시스템 탓’
학부모들의 마음은 애가 타지만 고기초, 용인교육지원청, 경기도교육청은 잦은 교사 교체에 대해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규교원이 돌아올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두어야 해서 결원은 기간제로만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현재 시스템이기에 내년 1학기에도 정규 교사가 아닌 새로운 기간제 교사가 올 수밖에 없다고 했다.
고기초 교감은 지난 1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학교는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를 뿐 자율적으로 할 수 있는 게 없다”면서 “한 선생님이 계속해서 지도하긴 어려웠으나 비자격자가 들어간 적은 한 번도 없다. 솔직히 수업 학습권을 침해받았다고까지 하기엔 사실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라고 말했다. 경기도교육청 지침에 따라 교사 채용을 준수했기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경기도교육청은 초등학교 담당은 교육지원청이라며 책임을 돌렸다. 박신영 경기도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관은 “중간에 그만두지 못할만한 사람(정규교원)을 채용할 순 없다. 저희는 총괄할 뿐 초등학교는 교육지원청 담당”이라고 선을 그으며 “교육지원청에서 수업이 비지 않게 순회교사를 계속 지원한 것으로 안다. 그 정도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했다.
용인교육지원청은 원론적인 설명만을 반복했다. 박명제 용인교육지원청 초등교육지원과 특수장학사는 “정규교원이 갈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경기도교육청에서 용인시로 정규교원 수를 매년 할당한다. 짧은 기간 동안 여러 번 교체되다 보니 어려움이 있을 수는 있겠으나 정규교원(으로 있는 사람의) 자리를 뺄 순 없다”고 말했다.
박 특수장학사는 “장기 휴직인 경우엔 ‘별도정원’이라고 해서 그 기간에 정규교원을 배치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그런 케이스는 많지 않으며, 현재 그런 상황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행정기관의 조직과 정원에 관한 통칙’ 제24조의2에 따르면, 중앙행정기관은 1년 이상의 파견근무 등으로 ‘별도정원’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 이를 직무 정원에 포함하여 운용할 수 있다.
이처럼 장애학생들에 대한 교육적 방임이 1년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교육당국은 이를 심각한 문제라고 인식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지금 교육당국은 교사 부재로 발생한 문제를 모두 장애학생들이 감수하도록 하고 있다”면서 “시스템이 문제라면 잘못된 시스템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아이들에게 유리하도록 고민하며 고쳐나가는 게 교육당국의 역할 아닌가. 학교 교육으로 아이들이 오히려 퇴행할 수도 있는 상황까지 벌어졌는데 교육당국은 전혀 문제를 못 느낀 채 방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