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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지역돌봄통합지원법 D-100, 노년기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돌봄모델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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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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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준비하는 '나의 노년기 돌봄계획'. ©김영아

우리나라보다 25년 앞선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에서 힌트 찾기

【에이블뉴스 김영아 칼럼니스트】 우리나라의 지역돌봄통합지원법과 유사한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1974년 히로시마에서 시작되었다. 미츠기 종합병원단지에서 의료, 보건, 요양, 복지를 통합한 모델이 성공을 거두면서 일본 전국으로 확산되었고 2003년 본격적인 국가정책 화두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돌봄을 한 사람이 살던 지역에서 끝까지 보장해주는 방식' 을 표방한다. 이는 단순히 지역 내 기관의 연결이 아닌 주거, 의료, 요양, 생활, 예방을 하나의 덩어리로 묶어주는 시스템에 방점을 찍고 있다. 이 같은 케어시스템을 '사는 곳 30분 이내에서 서비스가 닿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설계되었다. 우리나라로 치면 지역에 중학교 1개교 설립 단위와 유사하다고 보면 되겠다. 2026년 3월 시행되는 지역돌봄통합지원법에서 기초자치단체별 1개소의 거점을 설치한다는 방침과 비교했을때 실질적이고, 체감도가 높은 기준이다.

지역돌봄통합지원법 시행까지 이제 100일 여의 시간 밖에 남지 않았다. 여전히 법의 모양새는 불분명하고, 존재조차 모르는 국민이 대부분이며, 장애인 당사자들이 체감하기까지 멀고도 긴 시간이 필요할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보다 25년 앞서 시행한 일본의 선례를 보며 노년기 발달장애인들의 지역 내 돌봄을 위한 그림을 그려보고자 한다.


발달장애인 당사자가 준비하는 '나의 노년기 돌봄계획'. ©김영아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서비스'가 아닌 '단절 예방' 에 중점을 두고 있다. "어떤 서비스를 늘려야 할까?" 가 아닌 "어떤 장치를 마련해야 단절을 줄일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고 정책이 마련된 듯 하다. 이미 20여 년 시행한 일본의 선례에서 우리가 채워가야할 시사점을 하나씩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돌봄의 지역범위를 기초자치단체(시군구)가 아닌 실제 생활반경을 기준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언급했다시피 일본의 지역포괄케어시스템은 '30분 생활권' 을 전제로 삼았다. 언제 어디서 누군가에게 어떤 위기가 닥칠지 예측할 수 없기에 발빠른 대응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다. 특히 노년기 발달장애인의 경우 '익숙하고, 예측가능하고, 스스로 통제가능한' 환경과 루틴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때문에, 지역돌봄통합지원법의 시행 또한 실생활 반경을 중심으로 주거,돌봄,의료,안전,이동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동네반경이 곧 안전망의 크기이기 때문이다.

둘째, 일본의 ‘지역포괄지원센터’처럼 동네 단위의 '상담, 조정, 권익옹호' 를 주관하는 허브가 필요하다. 일본은 지역포괄지원센터를 시정촌이 설치하고, 보건사(간호/보건), 사회복지사, 케어매니저 등 다학제적 접근을 통해 종합상담, 권익옹호, 케어매니지먼트를 수행해야 한다고 일본 후생노동성이 명시하고 있다. 노년기 발달장애인에게 이 기능은 '있으면 더 좋은 것'이 아니라 '없으면 위험한 것'이다. 의사소통이 어렵거나 가족 부재의 상황에서, 서비스가 많아도 조정자가 없으면 공백이 생기고 책임이 흩어진다. 한국형 모델은 기관 간 연계보다 조정자의 구체화가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들어, 지역 내에서 발달장애와 치매가 같이 있는 주민이 독거생활을 하고 있고 이 과정에서 경제적 범죄피해를 입었다고 가정했을 때 전체적인 조정자를 누구로 할 것인가를 상상해본다면 현재 제도 상으로는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과거 발달장애인이자 정신장애인이면서 노숙인이고 여성인 분이 4개 유형의 서비스 기관에서 모두 거절당한 사례를 경험하기도 했다. 조정자의 부재는 이처럼 사각지대를 낳게 마련이다.

셋째, 노년기 발달장애인 돌봄의 기본값에 권익옹호, 의사결정지원이 포함되어야 한다. 실제 일본 지역포괄지원센터 업무에는 '권익옹호'가 포함되어 있다.  발달장애인들은 선택해야 하는 순간, 결정이 필요한 순간 유독 더 취약해진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는 지원이 부재해지는 순간이기 때문이다. 병원 퇴원, 약물 변경, 주거지 변경, 가족 사후 생활문제 등 중대안 사안 앞에서 그들의 권익을 보장해주고 의사결정을 돕는 장치가 없다면 타인에게 위임할 가능성이 높다. 내 삶의 중대사안을 남의 손에 맡기게 되는 것이다. 지역 내 돌봄통합이 정말 '좋은 돌봄' 으로 평가받으려면 쉬운 언어, 시각화 자료, 의사소통 지원가는 필수가 되어야 한다.

넷째, 일본의 경험은 생물학적 나이 기준 전환에서 발생하는 서비스 단절을 경고한다. 일본은 장애복지와 개호보험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보험우선원칙이 작동하지만, 동시에 일률적으로 개호보험만 쓰게 하는 게 아닌, 개인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을 개호보험으로 충족 가능한지 판단해야 한다고 제시하고 있다. 2018년부터는 '공생형 서비스' 를 만들어, 홈헬프·데이·쇼트스테이 같은 공통 서비스를 장애인, 노인에게 함께 제공할 수 있다.  이는 한국에도 동일하다. 생일을 기준으로 서비스 체계가 갈리게 되면 노년기 발달장애인에게 지원 공백은 불가피하다. 장기요양-활동지원-통합돌봄과 같은 서비스의 연속성을 원칙으로 두되, 최중증발달장애인에게는 익숙한 제공기관에서의 활동이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결론적으로, 노년기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서비스 확대, 기관 연계가 아닌 운영단위의 세분화(생활권 중심)과 조정주체의 명확화, 지원 연속성 보장이라 할 수 있다. 여전히 갈 길은 멀지만, 2026년 3월 이후 하나씩 채워나가는 법이 되길 기대하고 싶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