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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우리에게 던진 시사점-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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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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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차별 속에 위협받는 정신건강
넷플릭스 드라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홍보 포스터. ⓒNetflix
요즘 넷플릭스에서 핫한 드라마가 있다.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란 드라마로, 명신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처음 일하게 된 간호사 정다은(박보영 분)이 만나게 되는 정신병동 안에서의 세상과 마음이 시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묘사한 넷플릭스 시리즈 드라마라고 한다.
총 12부작이라, 3일 정도 이 드라마를 봤는데, 이 드라마에 계속 몰입하게 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우리나라의 현실을 떠올리게 만들기에 그랬는데, 이걸 2번에 걸쳐 나누고자 한다. 물론 이 드라마에서 이해할 수 없는 구석이 있다는 일각의 지적도 일리가 있지만 말이다.
직장 내 업무 과다에 상사의 갑질과 괴롭힘에 시달린 끝에 정신병동에 입원한 김성식(조달환 분)을 조명하는 2회 <회사 가기 싫은 날>이 그랬다. 그는 상사에게 대리보다 일을 못하고 월급 도둑이라는 등 부정적 말들로 가스라이팅 당하고 이로 인해 프리젠테이션 발표도 망친다. 직장 내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에게 손가락질하는 느낌이 들었고 결국, 견디다 못해 정신병동에 입원한다.

시간이 지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할 때, 성식은 힘들 때 위로를 찾은 버림받은 고양이 후크선장을 한 번만 보게 해달라고 해, 그의 보호자는 태블릿 PC를 다은에게 건넸다. 태블릿 PC로 건강한 후크선장을 확인한 성식이지만, 오히려 자신이 할 것 없으니 존재 이유가 없다면서, 결국 폭주해 PC를 던지고, 이를 말리려는 다은도 침대에 던졌다. 간호사들과 보호사들의 제지 속에 성식은 겨우 안정을 찾았으나 성식의 전원은 물거품이 됐다.

이 때문에 다은과 간호사들은 박수연 간호사(이상희 분)에게 혼나고 다은 환영회 겸 회식 자리에 갔다. 그런데 회식 도중 다은은 성식이 자신의 환자니 병원에 가는 게 도움 되겠다 했고, 성식 사안에 대해 나이트팀에 인계한 박수연은 다은이 개념 없는 사람 되는 것까진 커버하지 못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다은은 가는 게 맞다며 뜻을 굽히지 않는다. 수연은 수간호사에게 다은이 융통성 없다고 하지만, 수간호사 송효신(이정은 분)은 다은의 환자를 위하는 마음까진 혼내지 말자고 한다.

다음날, 성식은 다은에게 자신을 위한 병원을 구했냐고 물었는데, 다은은 병원 구했고, 환경도 좋고 침상도 남아 성식에게 잘 맞을 거라고 말했다. 이에 성식은 다은에게 ‘힘드셨죠?’라고 했지만, 다은은 주사를 잘못 놓은 자신 잘못이라며, 다른 사람 잘못까지 떠안으려 하지 말고 자신을 사랑하면 좋겠고 착한 사람만 정신병원 오는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성식도 다은이 착한 사람이라 정신병동에 있는 것 같다고 자신의 마음을 전한다.


직장 내 괴롭힘이 누적돼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느낌이 상당히 많이 들었던 김성식(조달환 분)이 투명유리 속에 갇힌 모습. ⓒNetflix 동영상 캡처
우리나라의 기업과 경영계는 최근에 ESG라는 걸 도입하고 있긴 하지만, 이게 환경 이슈만 있는 것 같이 믿는 추세가 있고 아직까지 장애 등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것이 부족한 건 현실이다. 또한,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조사에서도 중공업 협력업체에 근무 중인 신장장애인이 1년 동안 언어폭력 및 은근한 차별대우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았던 사례가 있는 등 2017~2019년까지 장애인 일자리 민원의 39.8%가 임금차별, 업무차별, 왕따 등이었다.

그런 차별적인 직장문화에서 특히 자폐인, 정신장애인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장애 특성을 가리는 마스킹(Masking)을 통해 정신건강 악화 여지가 높다는 것,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장애인이 겪는 어려움을 개인의 문제로 왜곡하는 현실은 여러 차례 얘기했으니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다. 그런 현실에서 직장 내 장애인의 자존감은 바닥으로 내려갈 것임은 자명하다.

그러기에 정기적·체계적인 CRPD에 기반한 훈련 수준의 직장 내 장애인식개선교육이 포함된 국가의 장애인식 제고 행동계획이 필요함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지만 이런 게 없다. 그러니 작장 내 장애인들의 정신건강이 많이 나빠질 것임은 물론, 이들이 자신의 존재감을 상실당하고, 이들에게 자살하려는 마음이 얼마나 많이 들게 될지 생각해보게 된다.

공황장애에 대해 조명하는 3회 <숨 쉴 구멍> 등의 부분도 몰입하게 됐다. 다은의 친구 송유찬(장동윤 분)은 과거 대기업에 다니며 보고서 완성, 능숙한 거래처 일 처리 등으로 주위 사람들이 그를 신뢰하며, 일을 많이 맡겼다. 그런데 거절하지 못하는 성격이다 보니 유찬에겐 밤새는 날이 많았고, 시간이 지나며 그는 가슴이 조여오고 답답한 것을 느꼈다, 계속 유찬에게 요구하거나 의뢰하는 문자가 오다 보니 유찬은 그때부터 마치 10초 뒤에 죽을 것 같은 공황장애를 겪기 시작한다.

어느샌가 회사에서 자리를 자주 비워 회사에선 자리 비우는 놈이란 악평까지 쏟았다. 그래서 회사를 그만뒀고, 혼자서 극장도 가지 못했다. 이 사실을 유찬의 아는 형인 명신대학교병원 항문외과의사 동고윤(연우진 분)에게 털어놓았다. 지금까지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지 않은 이유를 고윤은 물었고, 유찬은 정신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나약한 인간으로 비춰질까 그랬단다. 이에 고윤은 장애가 있음을 털어도 안심될 주변 사람들을 만들라고 조언했고, 유찬은 고맙다고 했다.

시간이 지난 후, 유찬은 절친 정다은에게 공황장애는 습관이라 평생 도망만 칠 순 없어 다시 회사 취직 도전 의사를 내비쳤고, 다은은 이런 그를 응원한다. 정신과 약으로 자신의 건강을 챙긴 유찬은 어느 날 취직 면접에서, 다시 공황장애를 겪게 돼 면접을 보지 못할 뻔했다. 하지만, 다행히 면접 보며 면접관에게 자신의 공황장애 사실을 알린다. 그렇게 하는 이유가 따로 있냐는 면접관 질문에 유찬은 오랜 시간 혼자 지낸 경험으로 소중함을 깨달았다고 답변했다.


송유찬(장동윤 분)이 면접 날 공황장애를 겪으면서 화장실에서 물이 차오르는 느낌을 받자 이 상황을 정면 돌파하고자 소리를 지른 후(좌측) 물 내려가려는 모습(우측). ⓒNetflix 동영상 캡처
그렇게 유찬은 다시 직장에 취직했는데, 새 회사에서도 여러 일을 부탁받게 되고, 회사 밖에서도 연락을 많이 받아 공황장애를 겪게 된다. 그래서 그의 팀장에게 공황장애가 있음을 털어놓고, 직장에 적응해 괜찮아질 때까지만 시간을 달라고 했지만, 팀장은 일 많이 시키지 말라는 거냐며 아무 생각도 안 나게 일하라고 유찬에게 말했다. 이렇게 유찬의 요구는 묵살됐다.

다시 유찬에게 일을 포함해 많은 요구가 들어오자, 유찬은 압박감에 화장실로 갔는데 화장실에 물이 흐르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 화장실 수도관이 터져 바닥에 물이 흐르는 거였고, 정비사들은 수도관을 정비해야 한다고 유찬에게 말했다. 이후에도 핸드폰으로 쉴새 없이 연락이 오자, 유찬은 핸드폰을 물이 흐르는 화장실 바닥에 떨어뜨리고, 자리로 돌아가 오후 6시가 되자 퇴근을 선언한다. 유찬의 표준 근로계약서에 주 40시간, 1일 8시간이라 더 일하면 근로기준법 위반이며, 자신의 건강을 돌보아야 하기에 6시에 퇴근하겠다고, 유찬은 자신의 퇴근 이유를 합리적으로 회사 사람들에게 설명하고, 퇴근한다.

드라마에서의 유찬이 문제를 나름대로 해결해 다행이다 싶긴 했다. 유찬의 경우, 직장 내에서의 일 요구와 눈치 문화로 인해 계속 야근하다 정신적 손상을 입게 되고, 여기에 팀장처럼 공황장애를 가볍게 여기는 등 천박한 장애 인식 등의 사회적 장벽까지 결합해 유찬 자신이 공황장애를 겪게 된 거로도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직장을 그만두는 등 효과적 사회 참여를 어느 정도 저해 받은 것일 테니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제1조에서 장애인은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 작용으로 인하여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 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또는 감각적인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는 정의를 생각하면 드라마에서의 유찬은 1조 정의에 따라 장애인에 해당하고 이에 관련해 직장에선 유찬에게 맞는 합리적 변경(Reasonable Accommodation)을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면 업무량을 과도하지 않게 조정하거나, 압박감을 상쇄시킬 수 있는 심리안정실, 또는 감각통합실 등을 제공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선 합리적 변경을 권리로 인식하지 않고 제공자 사정에 따라 주는 시혜 정도의 개념으로 생각한다. 이는 Accommodation을 시혜적인 개념인 편의로 해석하는 것에도 기인한다고 본다. 그렇게 되니, 직장 내에서 자폐성·정신장애인을 포함한 장애인 등의 지속 가능한 고용은 그림의 떡에 불과하다. 지속 가능한 고용 관련 정부 예산도 적은 걸로 알고 있다.

더군다나 장애인 고용을 권리가 아닌 비용의 관점으로 생각하기에,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지키지 않는 대기업들의 비율이 많은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적·자폐성·정신 장애인이 대기업에 입사해 적절한 지원을 받고,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장애인권리협약을 제대로 이행하고 장애의 인권적 모델이 우리 사회에 정착되기 위한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하는 게 필요함을 다시금 이 장면을 통해 느끼게 된다.

드라마 속의 김성식과 송유찬 사례를 통해 직장 내 차별로 정신건강은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확인되며, 이는 현실에서도 들리는 이야기다. 이로 인해 특히 근속 년수가 1년 미만인 장애인들이 적지 않은 현실도 많이 들린다. 장애인이 아니더라도, 한국경제의 압축 성장으로 기업 내 권위주의적 문화 잔재가 남아 있는 것으로 인해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사람들도 많은 걸로 안다.


보건복지부의 조규홍 장관이 ‘국민 마음투자 지원사업’ 계획에 대해 지난 11월 6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히는 모습. ⓒMBCNEWS Youtube 동영상 캡처
그렇다면 장애인 근로자를 포함해 기업 등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포함한 심리상담 지원이 충분히 이뤄져야 한다. 그런데 얼마 전 정부의 ‘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 예산안을 두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야당 위원 일부가 이 사업의 실효성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며 예산 삭감 논쟁을 했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 사업의 목적은 전 국민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상담을 제공하는 건데, 2027년까지 전 국민의 1%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계획을 정부에선 세우고 있다. 저출생에 자살율 세계 최상위인 우리나라 현실을 그나마 타개하려는 일환이기도 하다.

물론 전 국민의 1%라는 것도 부족한 수이긴 하지만 이런 예산조차 삭감을 주장하고 이게 현실로 되면, 민간의 재원만으론 직장 내 괴롭힘, 합리적 변경 미제공 등으로 인해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사람들의 안녕 증진에 상당한 한계가 있을 것 아닌가? 매일 26명이 자살하는 등 정신건강이 위협받는 현실 속에, 국민들의 소중한 정신건강은 누가 책임지나?

이에 시민단체에서 성명서를 냈고, 그래서 그런지 다행히 이번 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국민 마음건강 투자사업’이 삭감 없이 예산 결산위원회에 넘어갔다고 한다. 하지만 국민들의 소중한 정신건강을 챙기는 일이야말로 국민 삶을 챙기는 한 일환임은 너무도 당연한 걸 삭감 논쟁으로 정쟁화시키는 우를 범해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일은 그만했으면 한다.

공시 준비생이었던 김서완(노재원 분)과 정다은이 자신을 찾는 과정 등 드라마에서 나온 몇 개의 이야기가 있다. 또한, 이 드라마에서 이해할 수 없다는 일각의 지적도 있는데 그런 것들은 다음 글에서 다루도록 하겠다. (계속)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