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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호민 자녀 아동학대 녹음파일 법정서 공개, 판사 “부모 입장에선 속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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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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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밉상” 발언에 판사 “법리적 문제 떠나 부모 입장에선 속상할 수도”
피고 측 변호인, 문제 발언들에 ‘훈육한 것’ 재차 강조
2시간 40분 대부분 무음에 장애부모, 특수교사 입장 엇갈려
방청 온 고기초 특수학급 부모들 “학대 아니다, 우리가 피해자”
27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의 심리로 특수교사 ㄱ씨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선 ㄱ씨의 교실 내 수업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2시간 40분간 재생됐다. 법정 앞 오늘의 공판을 안내하는 곳에는 2시 재판 외엔 없다고 되어 있다. 사진 강혜민
27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의 심리로 특수교사 ㄱ씨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이날 법정에선 ㄱ씨의 교실 내 수업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2시간 40분간 재생됐다. 법정 앞 오늘의 공판을 안내하는 곳에는 2시 재판 외엔 없다고 되어 있다. 사진 강혜민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자녀를 정서적 학대했다는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 ㄱ씨의 교실 내 수업 내용이 담긴 녹음파일이 법정에서 2시간 40분간 재생됐다.
27일 오후 2시, 수원지방법원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의 심리로 특수교사 ㄱ씨에 대한 4차 공판이 열렸다. ㄱ씨는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이 발생한 때는 2022년 9월 13일, 자폐성장애아동 ㄴ군(당시 초등학교 2학년)에 대한 2주간의 분리조치가 발생한 특수학급에서다. 녹음파일에는 ㄱ씨가 수업을 시작한 때로부터 하교할 때까지의 내용이 담겼다. 이날 검사는 공소장에 적힌 피고인의 태도를 “훈육이라고 볼 수 없다”고 했으나, 피고 측 변호인은 “훈육”이라고 반박했다.
이날 2시간 40분 동안 재생된 녹음파일을 통해 공소장에 기재된 내용 외에도 전반적인 수업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ㄱ씨는 ㄴ군에게 다소 고압적인 말투로 이야기하는데 자폐성장애 ㄴ군은 교사의 말에 대부분 “네”라고 작게 답한다. ㄴ군이 몇 차례 작은 목소리로 옹알거리듯 문장을 더듬더듬 읽을 때면 ㄱ씨는 “읽어, 큰소리로” “다시, 읽다 말았잖아요. 다시 읽어요” “다시 읽어요, 다시”라면서 다시 읽을 것을 반복적으로 주문한다. ㄱ씨의 고압적인 목소리가 ㄴ군의 작은 목소리를 덮으며 “읽어”라고 문장 읽기를 몇 번이고 지시하는 순간이 2시간 40분 동안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피고인석에 앉은 특수교사 ㄱ씨는 재판 내내 방청석에서 몸을 살짝 돌려 등진 상태로 앉아 있었다. 검은 마스크에 검은 코트를 입은 그는 대부분의 시간 동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머리카락으로 얼굴을 가려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이날 법정은 기자와 장애자녀를 둔 부모로 가득 찼다. 22석의 법정 좌석은 재판 시작 20분 전에 가득 차서, 사람들은 바닥에 앉거나 선 채로 재판을 방청해야 했다. ‘문제의 발언’이 나올 때면 장애부모 몇몇은 한숨과 작은 탄식을 내쉬었다. 2시에 시작한 재판은 6시에야 끝났다.
- “진짜 밉상” 발언에 판사 “법리적 문제 떠나 부모 입장에선 속상할 수도”

2시 20분, 녹음파일 재생이 시작되자 재판정은 술렁이기 시작했다. 지지직거리는 잡음 속에 한 아이의 목소리가 작게 들린다. 파일 재생 시간이 20분이 흘러도 들리는 소리는 기침 소리가 대부분이다. 판사가 “이건 별 내용이 없는 것 같은데…”라면서 계속 들어야 하는지 피고인 측에 물었다.
피고 측 변호인이 서둘러 말했다. “맞춤반 건너편 소리가 간간이 들리거든요. 음악소리로 피해학생이 자극받고 수업 방해도 받고 있습니다. 아동 특성상,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집중력이 떨어지니까요. 특정 부분(기소된 부분)을 반복해서 듣기보다 지루하시더라도.” 판사가 피고 측 변호인의 의견을 수용한다.
그러나 5분이 더 흘러도 녹음기에선 어딘가에 부딪혀 나는 잡음만이 나온다. 변호인이 피고인(특수교사 ㄱ씨)과 필담을 나누더니 “지금 이 타이밍은 피고인이 수업을 준비하고 있는 시간”이라고 해명했다.
녹음파일 38분, 문제의 발언이 나온다. 부메랑 원리를 설명하던 도중 ㄱ씨는 “아유, 진짜 밉상이네! 아침부터 쥐새끼 둘이 와가지고, 신경질 나. 도대체 머릿속에 뭐가 들어있는 거야!”라고 한다. “진짜 밉상이네”라는 표현은 정확하게 들리지만 ‘쥐새끼’라는 단어는 잘 들리지 않는다. 검사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세 기관에 감정을 신청한 상태다.
피고 측 변호인은 특수교사 ㄱ씨가 ‘쥐새끼’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주장한다. 변호인은 “혼잣말인 데다가 오래돼서 기억나지는 않지만, 피고인은 검찰 주장 내용(쥐새끼)은 아니라고 한다. 제 개인적인 사견으로는 삼음절이 아니고 이음절로 들린다”면서 “검사는 학대라고 주장하는데 교사는 잘했을 경우엔 ‘좋지, 그렇지’라고 격려하고 있다. 학생이 딴청 피우면서 집중 못 하니깐 ‘뭘 보는 거야’라면서 수업 내용에 집중하라고 교육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판사가 되묻는다. “혼잣말이면 학대가 아닌가요? 안 들리면 문제가 안 되지만 들리니깐 문제가 되는 거잖아요.”

이어 교사는 부메랑의 원리에 대해 수업하다가 또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라고 말한다. 피고 측 변호인은 재차 “학대가 아니라 교육적 차원에서 하는 말이다. 말끝이 올라가지 않았다”라고 주장했다.
변호인의 말에 방청석에 있던 몇몇 장애부모가 답답함에 작은 탄식을 자아냈다. 판사는 “법리적인 것을 떠나서 듣는 부 입장에선 속상해할 법하다”며 상황을 정리했다.

녹음 파일이 1시간 37분이 흘렀을 때, 피고 측 변호인이 휴정을 요청했다. “뭔 생각을 하는 거야, 머릿속에”라는 발언이 나온 후로부터 47분이 지났을 때였다. 간간이 산수 문제를 풀고, 교사와 학생의 책 읽는 소리가 들렸으나 말과 말 사이에는 아무 소리가 나지 않는 시간이 길었다. 침묵의 시간에 대해 판사는 “지금 어떤 것을 하고 있는 시간인가”라고 피고인에게 두 차례 물었고, 피고인은 ‘쉬는 시간이다’ ‘특수교육실무사가 원반으로 올라간 학생을 지원하러 가서 내가 다른 장애학생의 화장실 지원을 하고 있었다’는 등의 답변을 했다.

한 특수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비마이너DB
한 특수학교의 교실 풍경. 사진 비마이너DB
- 피고 측 변호인 ‘훈육’ 강조하며 “장애아동 돌발행동 제지한 것”
녹음파일 2시간 18분경이 되었을 때, ㄴ군이 수업 중에 갑자기 “악” 소리를 질렀다. 특수교사 ㄱ씨는 “야. 니가 왜 여기에만 있는 줄 알어? 학교에 와서? 너 왜 이러고 있는 줄 알어?”라고 고압적인 말투로 묻는다. 이어 “왜 친구들한테 못 가고 이러고 있는 건데? 왜 니네 반 교실 못 가? 학교에 왔는데. 친구들 얼굴도 왜 못 봐? 왜?”라면서 ㄴ군에게 “(원반 친구들) 못 봐, 너”라고 말한다.
피고 측 변호인은 이러한 교사의 행동이 ‘훈육’임을 재차 강조했다. 변호인은 “아동이 ‘악’ 소리치면서 선생님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가려는 돌발행동을 했다. 제지하기 위해 아동을 붙잡고서 ‘야’라고 말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검사가 “아동이 완벽하게 발음하지 못하더라도 수업에 참여했는데 (교사가) 수업과 관련 없는 말을 했다”고 지적하자, 피고 측 변호인은 “단 한 번도 못 하면 어떡해”라고 한 피고인의 발언을 근거로 학생이 수업을 제대로 못 쫓아오고 있었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말을 들은 판사는 “단순하게 말하면 피고인이 좀 짜증이 났던 상황 같다”면서 “‘버릇이 고약하다는 이야기는 불필요했다”고 짚었다.
그럼에도 피고 측 변호인은 아동이 지속해서 수업에 집중하지 못해서 교사가 화가 날 수밖에 없음을 강조했다. 또한, 교사가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한 부분에 대해 변호인은 “피해아동 어머니는 ’너‘라는 단어가 들어갔기에 아이에게 한 거라고 하는데, 전체적으로 들어보면 혼잣말이다”라고 주장했다.

- 하교 후 엄마와의 대화 근거로 변호인 “아동, 불안감 표시 안 해”
녹음파일 마지막에는 “너 집에 갈 거야. 학교에서 급식도 못 먹어. 왜인 줄 알아?”라고 한 발언이 등장한다. 검사는 “일반적인 귀가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나온 훈육성 발언이라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녹음파일은 10분가량 더 재생된다. 녹음기가 마찰을 일으키며 내는 지지직 소리로 대부분의 시간이 채워졌으나 그 사이 ㄴ군과 ㄴ군의 어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들려왔다. 이에 대해 피고 측 변호인은 “피해아동이 불안감이나 학교생활의 불만을 표시한 게 없다”고 말했다. 검사 측 주장대로 아동이 학대당한 상황이라면 자신의 어머니와 이러한 대화를 나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주장으로 해석된다.

- 2시간 40분 대부분 무음… 장애부모는 “수업 안 했다” 교사는 “구조적 문제”
2시간 40분의 녹음파일 중 상당 시간은 주변 잡음으로 채워져 있다. 공소장에 기재된, 문제가 된 내용은 전체 파일 중 5분 남짓이다. 이로 인해 판사도 종종 피고인에게 “지금 뭐 하는 시간인가. 수업이 진행되는 것 같지는 않다”며 몇 차례 질문했다. ㄱ씨는 ’쉬는 시간‘이라고 답했으나 2~3분 정도 수업하고 10분 넘게 침묵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자폐성자녀를 양육하는 한 부모는 비마이너에 “5분의 시간보다 2시간 30분의 침묵에 더 화가 난다”고 했다. 수업시간에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책 《누구를 위해 특수교육은 존재하는가-평등한 분리 교육은 없다》의 저자이자 특수교사인 윤상원 씨는 27일 비마이너와 한 통화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조치해서 전일제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어난 일이라면 교사의 방임으로 보기 어려운 구조적 조건이 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교사에겐 일주일에 정해진 수업 시수가 있다. 아침부터 하교 때까지 하루 종일 수업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불가능하다”면서 “원반에 갔다가 특수반에 내려온 상황이라면 방치라고 할 수 있겠으나, 2주간 하루 종일 데리고 있다는 전제에선 20~30분의 공백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무런 대책 없이 원반에서 특수학급으로 장애학생이 분리되어 특수교사 개인이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조치가 취해진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장애부모 활동가가 “차별 없는 교육,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장애부모 활동가가 “차별 없는 교육, 모두가 함께하는 통합교육”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고 있다. 사진 강혜민
- 방청 온 장애부모들 “학대 아니다” “학대다” 입장 갈려 

이날 재판을 지켜본 장애부모들의 입장은 온도 차가 있었다.

재판에는 사건이 발생한 용인 고기초 특수학급 학부모들도 참관했다. 자신을 ‘녹음파일에 등장하는 다른 발달장애아동의 부모’라고 밝힌 한 어머니는 “학대가 아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 어머니는 “저희 (장애)아이들은 단호하게 말해야 알아듣는다. 이건 학대가 아니라 단호한 교육이었다”며 강한 유감을 표했다.

이 어머니는 오히려 자신의 자녀가 학대를 당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나는 동의한 적 없는데 우리 자녀의 이름과 목소리가 녹음파일을 통해 노출됐다. 이게 학대 아닌가”라면서 “이 사건으로 1년 넘게 우리 애는 학교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학습권을 침해당하고 있다”며 분개했다.
이 어머니는 작년 사건 이후, 학교가 직위해제된 ㄱ씨를 대신할 특수교사를 제대로 배치하지 않아 자신의 아이가 방치되고 있는 현실에 분통을 터트렸다. 이 어머니의 말에 따르면, 작년 2학기에 교사가 직위해제된 후로부터 교사가 세 번 바뀌었으며, 올해에도 1학기 교사와 2학기 교사가 다르다고 한다. 교사와의 관계 형성이 중요한 발달장애인에게 잦은 교사 교체는 교육에 큰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그는 “사건이 발생한 후 교사들이 안 오려고 한다”고 전했다.

반면, 이날 재판을 참관한 초등학교 4학년 지적장애자녀를 양육하는 또 다른 어머니는 “이것은 아동학대가 맞다”면서 “이번 사건이 아동학대로 인정되지 않는다면 교육환경은 더 열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어머니는 “장애학생은 ‘이렇게 해도 된다’는 사회적 인식이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이번 사건을 장애인학대로 인정하고, 현재와 같은 시스템 안에서는 교육이 어렵다는 문제를 함께 이야기해야 한다.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인 교사들이 이번 사건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면 안 된다”고 밝혔다.
2시간 40분 동안 재생된 녹음파일에 대해선 “아이에게 맞는 일대일 수업을 해야 하는 특수교사가 긴 시간 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너무 화가 났다”면서 “한 공간에 있는 두 아이를 대하는 선생님의 태도가 너무 다르게 느껴졌다. 선생님의 톤, 교육 방법이 아이를 더 위축되게 만든 것 같다”고도 말했다.
다음 공판은 12월 18일 오전 10시 10분으로 용인시청 담당 공무원에 대한 증인 심문이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