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마이너] 송파 세 모녀 11주기 “발굴 중심 복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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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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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송합니다” 유서 남기고 사망한 일가족
11년 지났지만 ‘발굴 중심’ 복지만 외는 정부
해마다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비극
부양의무자기준, 전세사기 여전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은 대체 언제?
서울시 송파구 반지하에 월세로 살던 세 모녀와 반려묘가 사망한 지 11년이 됐다. 세상은 이를 ‘사회적 타살’로 불렀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일부 개선도 있었다.
그러나 가난에 목이 졸려 사회적 타살에 이르는 이는 아직도 많다. 현재 한국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빈곤율이 높다. 노인 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을 발굴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이는 ‘신청주의’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행 중인 제도 자체의 장벽이 높은데, 제도를 손보지 않고 ‘잘 발굴하겠다’고 해 봐야 무의미하단 취지다.
이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송파 세 모녀를 비롯해 빈곤으로 죽어간 이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25일 오후 12시, 국회 정문 앞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농성장’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올해 추모제는 부모연대의 107차 화요집회와 함께 진행됐다.
-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 반복되는 비극
송파 세 모녀 중 큰딸(35세)은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매달 많은 병원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작은딸(32세) 신용카드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부담하다 작은딸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머니(60세)가 식당에서 버는 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어머니마저 다쳐 수입이 끊기게 되자 이들은 극심한 가난에 내몰렸다. 2014년 2월, 가족은 임대인에게 “죄송하다”는 유서와 마지막 월세 등 70만 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과 비슷한 양태를 보인다. 돌봄 책임을 온전히 지다 죽임을 당하고, 죽음을 택하는 비극이 매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부모연대는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째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발달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더는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한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 중이다.
김종옥 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추모제에서 “송파 세 모녀가 돌아가신 지 11년이 됐지만 우리는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매년 목격한다. (제사상에 놓인) 떡과 과일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이 떡과 과일은 세상 모든 약자의 죽음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절규로 평등한 세상, 가난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애도했다.
- IMF 때보다 높은 빈곤율, 여전한 ‘부양의무자기준’
통계청이 24일 발간한 보고서 ‘국민 삶의 질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이 사회의 저소득층 비율이 얼마큼 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보고서를 보면 2023년을 기준으로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즉 66세 이상 노인의 약 40%가 가난을 겪고 있단 뜻이다.
전체 상대적 빈곤율은 2022년 기준 14.9%다. 한국인 100명 중 15명은 빈곤에 내몰렸단 의미인데 놀랍게도 이 수치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12%)보다 높다. 국가부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기보다 현재 가난한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 가난한 사람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아직도 폐지되지 않았다.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송파 세 모녀가 떠난 지 11년이 흘렀지만 가난한 나는 아직도 벼랑 끝에 서 있다. 아버지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호소했다.
은 회장은 가구분리 등 우여곡절 끝에 수급자가 됐지만 그렇다고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은 회장은 “1인 가구 생계급여(현재 약 76만 원)로는 삶을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았고 병원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시술비용을 야학에서 빌려 근근이 치료받는 중”이라 말했다.
은 회장처럼 질병·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의료급여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의료급여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려는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끈질긴 투쟁 덕에 시행령 개정은 멈춰진 상태다.
은 회장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은 제도라는 장벽 앞에서 외면당한 채 버티다 결국 생을 포기하게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도움받는 제도가 아니라 보편적 권리가 돼야 한다”라며 “누구도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지 않도록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멈춰진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속되는 전세사기
송파 세 모녀는 이른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이라 불리는 비적정주거 중 반지하에 거주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주거권, 노동권 등 다른 권리가 연쇄적으로 박탈됐을 때 나타나는 게 빈곤 문제”라 지적했다.
송파 세 모녀처럼 주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은 이번 추모제에 참석해 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차재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 이사는 지옥고처럼 비적정주거라 불리는 쪽방에 살고 있다.
차 이사가 사는 동자동 쪽방촌은 2021년 2월, 공공개발이 결정됐다. 당시 결정대로라면 현재 동자동 쪽방 주민 1천여 명은 새로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공공개발은 토지주·건물주의 반대에 부딪혀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차 이사는 “4년이 흐르는 동안 100명 넘는 쪽방 주민이 돌아가셨다. 제도가 있으면 뭐 하나? (제도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은) 견디다 죽는다. 제도니 규정이니 살피다 사람 죽는다. 하루라도 집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공공개발 조속히 추진하라”라고 토로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추모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피해를 지원할) 돈이 없다, 근거가 없다, 개인적으로 당한 사기를 국가가 어떻게 책임지냐’는 논리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비판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은 결의문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권리를 빼앗긴 채 한국 성장의 땔감으로 사용돼 왔다”며 “우리는 빈곤과 차별로 돌아가신 모든 이를 추모하며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로 변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송파 세 모녀 11주기를 맞아 27일 오후 2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건강 보장을 위한 의료급여 개혁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 beminor.com
11년 지났지만 ‘발굴 중심’ 복지만 외는 정부
해마다 반복되는 발달장애인 가족 비극
부양의무자기준, 전세사기 여전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은 대체 언제?
서울시 송파구 반지하에 월세로 살던 세 모녀와 반려묘가 사망한 지 11년이 됐다. 세상은 이를 ‘사회적 타살’로 불렀다. 사회보장제도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었고 일부 개선도 있었다.
그러나 가난에 목이 졸려 사회적 타살에 이르는 이는 아직도 많다. 현재 한국은 1997년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 때보다 빈곤율이 높다. 노인 빈곤율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중 1위다.
정부는 ‘가난한 사람을 발굴해 복지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말을 반복하지만 이는 ‘신청주의’에 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시행 중인 제도 자체의 장벽이 높은데, 제도를 손보지 않고 ‘잘 발굴하겠다’고 해 봐야 무의미하단 취지다.
이에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송파 세 모녀를 비롯해 빈곤으로 죽어간 이들을 추모했다. 이들은 25일 오후 12시, 국회 정문 앞 ‘전국장애인부모연대(아래 부모연대) 농성장’ 앞에서 추모제를 열었다. 올해 추모제는 부모연대의 107차 화요집회와 함께 진행됐다.
- 아프거나 장애가 있는 가족, 반복되는 비극
송파 세 모녀 중 큰딸(35세)은 당뇨와 고혈압 등으로 매달 많은 병원비를 지출하고 있었다. 작은딸(32세) 신용카드로 생활비와 병원비를 부담하다 작은딸은 신용불량자가 됐다.
어머니(60세)가 식당에서 버는 돈으로 근근이 생계를 유지했다. 어머니마저 다쳐 수입이 끊기게 되자 이들은 극심한 가난에 내몰렸다. 2014년 2월, 가족은 임대인에게 “죄송하다”는 유서와 마지막 월세 등 70만 원을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발달장애인과 가족의 죽음은 송파 세 모녀의 죽음과 비슷한 양태를 보인다. 돌봄 책임을 온전히 지다 죽임을 당하고, 죽음을 택하는 비극이 매해 일어나고 있다.
이에 부모연대는 지난해 5월부터 10개월째 국회 앞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발달장애인과 그의 가족이 더는 죽지 않고 지역사회에서 안전하게 살기 위한 ‘발달장애인 전 생애 권리기반 지원체계 구축’을 요구 중이다.
김종옥 부모연대 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은 추모제에서 “송파 세 모녀가 돌아가신 지 11년이 됐지만 우리는 장애인과 가난한 이들의 죽음을 매년 목격한다. (제사상에 놓인) 떡과 과일을 보니 가슴이 아프다. 이 떡과 과일은 세상 모든 약자의 죽음을 위한 것”이라며 “우리의 절규로 평등한 세상, 가난 없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가자”고 애도했다.
- IMF 때보다 높은 빈곤율, 여전한 ‘부양의무자기준’
통계청이 24일 발간한 보고서 ‘국민 삶의 질 2024’에 따르면 한국의 ‘노인 상대적 빈곤율’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다.
상대적 빈곤율이란 중위소득 50% 이하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을 말한다. 쉽게 말하면 ‘이 사회의 저소득층 비율이 얼마큼 되나’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 보고서를 보면 2023년을 기준으로 66세 이상 노인의 상대적 빈곤율은 39.7%로 OECD 회원국 중 1위다. 즉 66세 이상 노인의 약 40%가 가난을 겪고 있단 뜻이다.
전체 상대적 빈곤율은 2022년 기준 14.9%다. 한국인 100명 중 15명은 빈곤에 내몰렸단 의미인데 놀랍게도 이 수치가 1997년 IMF 외환위기 때(12%)보다 높다. 국가부도의 상징으로 여겨지던 시기보다 현재 가난한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 가난한 사람들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부양의무자기준은 아직도 폐지되지 않았다. 은희주 홈리스야학 학생회장은 “송파 세 모녀가 떠난 지 11년이 흘렀지만 가난한 나는 아직도 벼랑 끝에 서 있다. 아버지 소득이 높다는 이유로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지 못한 적이 있다”고 호소했다.
은 회장은 가구분리 등 우여곡절 끝에 수급자가 됐지만 그렇다고 삶이 나아지는 것은 아니었다. 은 회장은 “1인 가구 생계급여(현재 약 76만 원)로는 삶을 살아가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끼니를 거르는 날이 많았고 병원비는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희귀난치성 질환 시술비용을 야학에서 빌려 근근이 치료받는 중”이라 말했다.
은 회장처럼 질병·질환이 있는 사람들은 의료급여가 절실하다. 그러나 정부는 현재 의료급여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개편하려는 개악을 시도하고 있다. 가난한 사람들의 끈질긴 투쟁 덕에 시행령 개정은 멈춰진 상태다.
은 회장은 “여전히 가난한 사람들은 제도라는 장벽 앞에서 외면당한 채 버티다 결국 생을 포기하게 된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가난을 증명해야만 도움받는 제도가 아니라 보편적 권리가 돼야 한다”라며 “누구도 ‘죄송하다’는 말을 남기고 떠나지 않도록 계속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멈춰진 동자동 쪽방촌 공공개발, 계속되는 전세사기
송파 세 모녀는 이른바 ‘지옥고(반지하, 옥탑방, 고시원)’이라 불리는 비적정주거 중 반지하에 거주했다. 정성철 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은 “주거권, 노동권 등 다른 권리가 연쇄적으로 박탈됐을 때 나타나는 게 빈곤 문제”라 지적했다.
송파 세 모녀처럼 주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은 이번 추모제에 참석해 정부를 거세게 비판했다. 차재설 사랑방마을주민협동회 교육홍보 이사는 지옥고처럼 비적정주거라 불리는 쪽방에 살고 있다.
차 이사가 사는 동자동 쪽방촌은 2021년 2월, 공공개발이 결정됐다. 당시 결정대로라면 현재 동자동 쪽방 주민 1천여 명은 새로 지어진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상태여야 한다. 그러나 공공개발은 토지주·건물주의 반대에 부딪혀 첫 삽조차 뜨지 못한 상태다.
차 이사는 “4년이 흐르는 동안 100명 넘는 쪽방 주민이 돌아가셨다. 제도가 있으면 뭐 하나? (제도에 진입하지 못한 사람은) 견디다 죽는다. 제도니 규정이니 살피다 사람 죽는다. 하루라도 집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도록 공공개발 조속히 추진하라”라고 토로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해결을 위한 전국 피해자 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피해자를 추모했다. 안 위원장은 “정부는 지금까지 피해자에게 ‘(피해를 지원할) 돈이 없다, 근거가 없다, 개인적으로 당한 사기를 국가가 어떻게 책임지냐’는 논리로 피해자를 두 번 죽이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고 비판했다.
기초법바로세우기공동행동 등은 결의문에서 “장애인과 가난한 사람들은 권리를 빼앗긴 채 한국 성장의 땔감으로 사용돼 왔다”며 “우리는 빈곤과 차별로 돌아가신 모든 이를 추모하며 이윤이 아니라 사람과 생명을 우선하는 사회로 변할 것을 요구한다”고 전했다.
이들은 송파 세 모녀 11주기를 맞아 27일 오후 2시,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건강 보장을 위한 의료급여 개혁 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 예정이다.
출처 : 비마이너 bemino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