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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블뉴스] 장애여성 성폭력 ‘쉬쉬’ 고소 후 처벌까지 험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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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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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간의 여성장애인 젠더기반폭력 상담 및 지원 현황 통계.ⓒ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

장애 고려 없이 단순 피해 유형 적용, 이의신청 30% 미만
전상보협, “성폭력처벌법 장애인 조항 취지 맞게 법조 적용”

【에이블뉴스 이슬기 기자】 장애여성이 성폭력을 당해도경찰 수사단계에서 장애여성의 피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부족해 처벌까지 험난한 현실이다. 장애 고려 없는 단순 피해 유형만 적용했으며, 전체 불송치 건 중 이의신청을 하는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전국여성장애인폭력피해지원상담소및보호시설협의회(이하 전여상보협)가 ‘제17회 여성장애인 폭력 추방 주간’을 기념해 3년간의 여성장애인 젠더기반폭력 상담 및 지원 현황 통계를 분석해 8일 발표했다.

분석 자료는 지난 2022년부터 2024년까지 전여상보협 성폭력상담소, 성폭력·가정폭력 통합상담소(25개소)가 수사기관에 신고한 사건 중 불송치·불기소된 사례 총 384건을 취합했다.

먼저 전체 384건의 성폭력 사례 중 직접적 폭행·협박 없음은 80%(307건), 직접적 폭행·협박이 있음은 7%(269건), 미파악 3%(8건)이다.

무려 80%가 직접적 폭행·협박이 없이 일어나는 성폭력인 것으로, 비장애인 사건의 폭행·협박 없음 비율 62%(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22년 강간 피해상담 분석)보다 압도적으로 높은 수치다.

경찰이나 검찰에서 수사 적용을 한 사례 160건을 분석한 결과, ‘장애인 강간’이 37.5%(60건), ‘장애인 강제추행’ 29%(46건)이 각 1, 2위에 해당했다. 각 사건당 1가지의 법조를 적용한 것도 있었지만, 한 사건 안에 여러 피해가 확인 될 경우 여러 법조가 동시에 적용된 사례도 있었다.

해당 통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장애인 성폭력 사건이 폭행·협박이 전제되지 않는 경우가 80%에 육박함에도, 폭행·협박을 조건으로 하는 법조를 무려 66.5%의 비율로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장애인 성폭력 사건은 장애로 인해 저항하기 어렵고, 성적 의도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정으로 인해 성폭력 처벌법상 폭행·협박 외 다른 행위수단인 위계·위력 사용과 장애여성 피해자의 항거 곤란 및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한 범죄에 대해 특례조항을 적용할 수 있다.

전상보협 관계자는 “장애를 이용한 성폭력 사건이 늘어나고 있는 환경에서 수사기관은 해당 특례조항을 적용하고 있지 않음을 통계를 통해 확인했다”면서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다양한 행위 수단과 장애 여성 피해자의 장애로 인한 다양한 조건과 상황을 자세히 살펴 피해를 입증하려 하기보다 피해 유형으로만 단순 적용하는 문제”라고 추정했다.

피해 당시 상황을 응답한 건 중 기타 21.1%(106건)를 제외하고 강요 20.3%(102건), 회유 14.9%(75건), 속임11.2%(56건). 지위 이용 8.4%(42건), 그루밍 8.2%(41건), 괴롭힘 5%(25건), 가스라이팅 3.8%(19건), 폭언 3%(15건) 등의 순서로 나타났다.

수사기관의 불송치, 불기소 사유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지표다. 수사기관이 장애 여성 성폭력 사건을 어떤 관점과 기준으로 판단하고 있는지, 정당한 처벌이 무엇을 근거로 누락 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것.

전체 불송치 건 중 이의신청을 하는 비율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의신청했음에도 그중 17.6%가 불기소되는 현실이다.

전상보협 관계자는 “장애여성 피해자가 이의신청을 하지 않는 사유는 이의신청 절차에 대한 정보 및 이해의 부재, 피해자가 이의제기를 해도 구제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수사기관에 대한 불신, 가족 등 주변의 압박으로 인해 고소 의사 철회 등으로 추정된다”면서 “경찰 수사단계에서 장애여성의 피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와 성인지적 감수성/인권의 관점이 강력히 요구된다”고 꼬집었다.

불송치, 불기소 이유는 명확한 사유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혐의없음(증거불충분)’과 ‘미파악’ 항목을 제외하고 ‘피해자 진술 신빙성 의심’이 37.7%로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전상보협은 장애여성 성폭력사건에서 폭행·협박이 분명하게 드러나 사건 외에는 위계·위력·항거불능 등 장애로 인한 다양한 조건을 살필 수 있는 폭넓은 법조를 적용해야 할 것을 요구했다.

전상보협은 “수사기관은 성폭력 처벌법 장애인 조항 취지에 맞게 폭행·협박만이 아닌 다양한 피해상황에 맞게 폭넓게 법조를 적용해야 한다”면서 “위계·위력의 정도를 합의된 관계에서 응당 있을 수 있는 행위 정도로 사소화하거나 축소해서는 안되며, 피해자의 항거곤란, 항거불능 상태도 피해자의 장애정도가 아닌 피·가해자의 관계성, 주변의 상황 내지 환경 등 면밀히 살펴 협소하게 해석되지 않아야 않도록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또한 장애여성이 피해에 이르게 된 불안정한 주거, 빈곤 등 복합적인 인권침해 상황 등을 가해자가 어떻게 이용했는지 수사과정에서 가시화되고 통합적으로 면밀하게 살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양한 요소들이 성적인 관계와 동의에 어떻게 작동하고 의사 표현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에 대한 섬세한 이해, 장애만으로 입증될 수 없는 복잡한 맥락의 결을 해석할 수 있는 사회적·사법적 기준과 역량이 강화 돼야 한다고도 밝혔다.

아울러 장애인성폭력상담소 지원 제도 실질화, 장애여성 진술 시스템 강화 등을 함께 요구했다.

한편 전상보협은 2009년 4월 9일 서울역 광장에서 매년 4월 둘째 주를 여성장애인폭력추방주간으로 선포하고, 우리 사회에서 차별과 억압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수많은 여성장애인에게 가해지는 젠더기반폭력의 심각성을 알리며, 해결을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는 오는 9일 5·18민주광장에서 “제17회 여성장애인폭력추방주간 기념 4·9캠페인”을 개최할 예정이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