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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재활 서비스의 시장화, 언제까지 방임할 것인가 바우처 기관과 의료기관의 서비스 가격 분석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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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3-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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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발달재활 서비스를 포기한 이유

지난 10월 말 국내 대표적인 장애인복지관인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은 홈페이지를 통해 '발달재활 바우처 사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하였다. 언어치료는 10월 말에 종료하였고 심리운동은 12월 말에 종료할 예정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발달재활 사업의 포기 선언이었다. 포기의 이유는 언어치료사 등 인력수급이 어렵고 운영비 확보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의 바우처 사업 종료 안내문. ©박인용
근래 민간 병원들에서 언어치료 등을 실비보험 기반으로 제공하면서 치료비의 폭등을 가져왔다. 민간 병원들은 언어치료 등 발달재활 바우처와 동일한 치료를 실비 보험금으로 수입하면서, 바우처 제공 기관들보다 2~3배가 넘는 치료비를 책정해왔다. 민간 병원들은 실비보험에 따른 치료비를 회당 10~12만원 정도로 책정하고 있는데, 이용자의 부담금까지 부과하는 등 극단적인 이윤을 추구한다. 이는 의료비 수준으로서 발달재활 서비스를 의료 행위로 혼동하고 있는 듯하다.

병원들은 수입액의 30~40%만을 인건비로 지출하고 폭리를 취하는데, 언어치료사들을 비롯해 바우처 제공인력들이 단가가 높은 사설 병원들로 대거 이동하여 바우처 제공인력의 수급난을 가져왔던 것이다. 공적 서비스 기관인 서울장애인종합복지관이 바우처 사업을 포기한 가장 중요한 이유다.

이런 가운데 민간 바우처 제공기관의 서비스 가격도 급속하게 상승하였다. 이에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가 지난 5월 전국 서비스기관의 단가를 공시하였지만, 기관방문과 재가 서비스 가격, 공공기관과 민간기관이 혼합되어 있어 가격 구조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했다.

발달재활 서비스 가격 분석한 결과

필자가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의 공시 가격을 분석한 결과, 2023년 민간 바우처 제공기관의 기관내 서비스 평균가격은 50,976원이다(복지관 등 공적기관을 제외한 민간기관 8,127개 제공영역 대상). 이들 민간기관에서는 장애인부모단체, 협동조합 등 저가에 제공하는 비영리 운영자도 포함되어 있으므로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관들의 서비스 가격은 좀 더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복지관 등 공적 기관의 평균가격은 34,755원이다.

민간 바우처 제공기관의 서비스 가격은 2022년(44,798원) 대비 14%로 가파르게 상승하였다. 최근 서비스 가격 상승은 앞서 언급한 대로 실비보험에 따른 병원들의 가격 폭등, 제공인력 공급의 부족, 과도한 이익을 추구하는 제공기관이나 제공인력의 윤리적 문제 등이 복합된 것으로 보인다.

발달재활 바우처 지원액은 소득수준에 따라 월 17~25만원을 차등 지원하는데, 2023년 서비스 시행 15년 만에 처음으로 3만원을 증액했다. 발달재활 서비스와 거의 유사한 교육청의 치료지원비는 특수교육법에 근거하여 특수교육대상 학생들에게 지원하는데, 서울시의 경우 월 16만원이다.

발달재활서비스 가격은 2008년 처음 시행 당시 회당 27,500원의 최저 단가를 기준으로 월 8회 서비스(22만원) 원칙이었으나, 현재 민간기관의 평균 단가가 5만원을 넘고 있으므로 월 평균 5회 미만 서비스로 축소되고 만 것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공적 서비스임에도 그 운영과 가격 결정을 시장에 맡겨 버림으로써 서비스 효과는 반감되었고 장애아동 가족들의 부담금은 늘어났다.

또한 각 시도 민간 기관들의 서비스 가격 차이가 천차만별인데, 해당 지역의 임대료 수준을 반영하는 것도 아니다. 서울(54,561원), 경기(54,133원), 세종(53,891원), 인천(53,151원)이 높은 가격을 형성한다. 그런데 서울에 근접한 높은 가격을 형성한 경기나 세종시, 광역시도 보다도 이유 없이 높은 가격을 형성한 충북(51,862원), 충남(51,663원), 전북(50,041원)은 가격 통제가 필요하다고 본다. 참고로 대전 48,387원, 강원 48,353, 울산 47,525원, 부산 47,299원 경남 47,139원 대구 46,810원 광주 46,744원 전남 42,328원이다.

제공영역별 가격 차이도 납득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놀이심리(52,511원), 기타 영역(52,276), 감각발달 영역(51,729)은 국가 공인자격인 언어재활(49,568원)이나 청능재활 영역(49,151원) 보다도 높다.

특히 기타 영역에서 응용행동분석(ABA) 서비스를 표방하는 일부 기관들은 아주 높은 가격을 책정하여 장애아동 가족들에게 막대한 부담을 주는 등 공적 서비스의 취지를 훼손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해당 영역 운영자들의 가격 담합 또는 해당 자격을 부여한 민간 기관들에게 문제가 없는지 관리가 필요하다. 재활심리 영역은 50,985원, 미술재활 50,984원, 행동재활 50,928원 심리운동 50,772원 운동발달 50,677원 음악재활 50,268원이다.

장애아동을 위한 국가의 기간 서비스 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것도 문제이지만 가격 상한이나 최소한의 서비스 횟수 등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고 그 관리감독을 지자체에 맡기고 있는 복지부의 방임도 이해하기 어렵다. 회당 서비스 가격이 7만원 이상 고가인 민간기관은 전국에 50여개다. 7만원 이상인 단가로는 차상위이하 저소득층도 자부담금 없이는 주 1회의 서비스를 제공 받기 어렵다. 이들 기관들은 바우처의 공적 기능을 외면하고, 장애아동 가족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것은 아닌지 제공기관으로 재지정할 때 원가에 대한 엄격한 산출근거 제출 요구가 필요해 보인다.

복지부와 교육부는 시급히 쇄신안을 마련해야

필자는 발달장애인 가족으로서 20여년간 발달재활 치료비를 지출해 왔으며, 그 경제적 부담을 정리하여 기고한 적도 있다(2020.10.23 발달재활의 의료급여화는 보편적 추세다). 자녀의 아동기에 지출한 치료비는 서울의 아파트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이러한 지출은 발달장애인 가족의 안정을 크게 위협한다. 발달장애인법이 제정되었음에도 성인을 위한 발달재활 서비스가 아직 도입되지 않고 있어서 지금도 막대한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장애아동의 성장과 그 가족의 안정, 막대한 치료비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 발달재활 서비스의 전반적인 쇄신이 시급하다. 복지부와 중앙장애아동지원센터 그리고 교육부가 조속히 대책을 마련하기를 촉구하면서 세가지 쇄신 방안을 요약해서 제안한다.

첫째, 복지부는 발달재활 서비스 가격의 폭등과 서비스 원칙의 훼손 등 지나친 시장화로 나타난 문제점을 직시하고 이를 개선해야 한다. 장애아동 가족의 자살이나 자녀 살해가 계속해서 일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추가비용 지출로 인한 경제적 부담 가중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서비스 가격을 본인 부담 가격과 똑같이 하도록 지도하고 지나친 가격 상향을 관리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핵심이 되는 복지서비스 가격을 시장에 맡기는 것 자체가 문제다.

이에 장애인 활동지원 서비스나 지역사회서비스처럼 가격을 통일하는게 가장 바람직하다. 이해관계 때문에 가격 통일을 당장 시행하기 어렵다면 장애아동 가족들에게 부담이 가지 않도록 우선 합리적인 가격 상한을 정하거나, 본인 부담액을 시급히 통제해야 한다.

차상위 이하 최저소득층이 본인 부담 없이 최소한 주 1회 이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가격은 현재 62,500원이다. 이 조차도 서비스 도입 초기에 고려했던 주 2회 서비스 제공의 원칙에서 한참 후퇴한 것이다. 그 이상의 서비스 가격을 제시하는 경우, 국가 서비스의 공적 역할을 외면하고 최저소득 장애아동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비윤리적인 행위이므로 제공기관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고 공적 역할을 외면하는 상업 기관이나 폭리를 취하려는 기관은 제공기관 지정에서 제외시켜야 한다. 예를 들어, 실비보험에 기반하여 12만원 가격을 제공하던 기관이 단가를 낮추어 발달재활 제공기관 지정을 신청한다면, 이런 기관들은 기회적인 이중 가격 책정과 윤리의 문제가 있으므로 배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둘째, 복지부가 2019년 제공인력의 자격을 대학 학점에 준하여 강화한 결과, 제공인력의 공급 부족이 나타나면서 서비스 가격을 상승시켰고 서비스의 안정성이 떨어졌다. 대학들이 제공인력 자격과정을 마련하지 못한 상태에서 성급하게 정책을 시행하여 발생한 문제로서 서비스 공급은 시장에 맡기고, 제공인력의 공급은 국가가 제한하는 정책 모순에서 나온 결과다.

기존 제공인력과 제공기관에 기득권을 부여한 결과 발달재활은 ‘공급자 시장’으로 굳어져 장애아동 가족을 대상으로 폭리를 취하는 기관들이 나타났고, 제공인력의 잦은 이동으로 서비스의 안정성이 떨어진 것이다. 특히 서비스 기반이 열악한 지방은 제공기관과 제공인력이 부족한데도 공급자 시장화로 인해 가격은 급등하는 바람에 대도시까지 원거리 통근하는 ‘재활난민’ 신세가 된다.

그러므로 제공인력을 양성하는 운영학과나 교육과목을 폭넓게 인정하고 인정 자격증에 대해 유연한 규정을 다시 마련해야 한다. 청소년상담사나 재활상담사 등 대학교육과 자격시험을 통해 부여하는 국가자격은 발달재할 제공인력 자격보다 공신력이 높은데도 이들 제공인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다. 시도 지자체에서 시행하는 지역사회서비스는 이들 국가자격을 인정하는 사례를 참고하여 제공인력 자격 범위를 확대해야 하며, 특히 자격 인력이 부족한 지방의 사정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제공인력의 양성과정, 이들의 전문성과 윤리적 자세에 대해 짚어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제공인력이 대학과정에서 양성되고 있으나 대학교육의 한계상 윤리적 자세를 육성하기란 어렵기 때문에 임상적 실천이나 윤리적 자세를 검증하는 교육 또는 실습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올해 매체에서 회자 되었듯이 ‘왕의 DNA’를 거론하며 부작용을 가져왔던 기관처럼, 근거도 없는 엉터리 재활치료로 장애아동 가족들에게 피눈물을 가져오는 사례가 끊이질 않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인 복지부나 교육부는 이러한 현실을 주지하고, 선진국처럼 발달재활 영역을 폭넓게 확대하되, 승인영역에 대해서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여 검증되지 않은 치료법이나 근거 없는 용어사용 금지 등으로 세밀히 관리해야 한다.

제공인력 자격을 양성하고 보수교육을 담당하는 민간 협의회들도 반성해야 한다. 민간 협의회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자격관리위원회가 구성되어 있으나 민간 협의회들이 이익단체 성격도 갖고 있으므로 이들이 공적 역할에 충실하도록 촉구할 필요가 있다. 발달재활 관련 민간 협의회들이 양성과정이나 보수교육, 수퍼비전 명목으로 제공인력들에게 지나친 교육비를 부과하는 등 이익단체화하여 서비스 가격 상승에 일조하고 있지 않은가 돌아봐야 한다.

또한 제공기관의 지나친 상업화를 방지하기 위하여 실질적 운영자를 자격 취득자에 엄격하게 한정하여, 영리 기관들의 무분별한 진출을 억제해야 한다. 예컨대 기업형 제공기관 중에는 ‘자격증이 없어도 제공기관 운영이 가능하다’며 공공연하게 가맹 제공기관 사업자를 불법적으로 모집 홍보하는 사례도 있었지만, 복지부는 이를 방치했다.

재활 선진국처럼 장애아동과 그 가족들에게 보편적인 서비스가 도입되고, 관련 예산이 확보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득수준과 무관한 보편적이고 공적인 발달재활 서비스의 정착, 성인을 위한 발달재활 서비스 도입, 발달재활 서비스의 의료보험화 도입이 핵심 과제다.

*이글은 서울장애인부모연대 부모활동가이자 인강재단 이사인 박인용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편집국(02-792-7785)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도록 도와드립니다.

출처 : 에이블뉴스(https://www.abl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