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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최혁진의원이 대표발의한 「장애인가족지원법」에 대한 논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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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 26-0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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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12월 23일, 최혁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장애인가족지원법」 제정안은 장애인 당사자 뿐만 아니라, 장애인 가족 또한 ‘독자적인 권리의 주체’로 호명했다는 점 그리고 그동안 가정에 내맡겨졌던 장애인 돌봄 책임을 국가와 사회의 몫으로 전환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표명한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 이 법안은 장애인 가족을 지원의 도구가 아닌 존엄한 삶의 주체로 인정하고 있다. 정보, 상담, 교육, 그리고 무엇보다 ‘쉴 권리(휴식권)’를 법적으로 보장하고, 생계와 주거를 같이하는 실질적 돌봄 제공자까지 가족의 범위를 확대한 것은 변화하는 사회 환경을 반영한 진일보한 조치다. 또한, 장애인복지법 체계의 사각지대를 메우고 가족 지원을 제도화하려는 시도는 ‘장애인 가족의 비극’을 멈추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될 것이다.

□ 그러나 법안이 선언적 의미에 그치지 않고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장애인가족의 삶의 현장에서 제기된 우려와 UN 장애인권리협약의 기준을 반영하여 다음의 사항들이 반드시 보완 및 구체화되어야 한다.

□ 첫째, 특정 장애유형을 넘어선 ‘보편적 지원’의 보장이다. 현재의 논의가 발달장애인 가족의 돌봄 부담에 집중된 경향이 있으나, 뇌병변장애나 중증 지체장애인 가족 역시 극심한 돌봄 노동과 신체적 소진을 겪고 있다. ‘돌봄의 필요도’와 ‘가족의 욕구’를 기준으로 지원대상을 판정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뇌병변, 희귀난치성 질환 등 모든 유형의 장애인 가족이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 대상을 포괄적으로 명시해야 한다.

□ 둘째, ‘가족의 형성-성장-자립(분가)-사후’라는 생애주기적 관점에서 주요 내용들이 장애인가족지원법에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결혼과 출산 지원 및 차별 금지, 장애인과 장애인 배우자들 둔 가족에게 임신 및 출산 지원, 장애부모를 위한 부모 보조, 비장애 형제자매 지원, 가족으로부터의 건강한 자립(분가) 지원, 소득 보장 및 노동권 보호, 미래 설계 지원, 긴급위기 대응 등이 주요한 생애주기적 가족지원이다.

□ 셋째, ‘신청주의’를 넘어선 ‘선제적 위기 개입’ 체계의 도입이다. 현재의 법안이나 복지 시스템은 당사자가 신청해야만 지원하는 방식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학대, 방임, 돌봄 붕괴, 극심한 심리적 위기 상황에 놓인 가족은 스스로 지원을 요청할 여력조차 없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위기 징후가 포착될 때 행정기관이 직권으로 개입하여 필요한 지원을 연결하는 ‘직권 개입 및 긴급 지원’의 법적 근거가 반드시 마련되어야 한다.

□ 넷째, 전달체계의 ‘중복 방지’와 ‘실효성’ 확보이다. 법안 제10조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설치를 의무화하고 있으나, 이미 전국적으로 다수의 센터가 운영 중인 상황에서 별도의 센터를 구축하는 것은 행정력 낭비와 현장의 혼선을 초래할 수 있다. 기존 전달체계(장애인복지관, 발달장애인지원센터 등)와 기능이 중복되지 않도록 역할을 재조정하고, 행정 절차를 늘리기보다 서비스가 현장에 즉각 도달할 수 있는 효율적인 구조로 설계되어야 한다.

□ 다섯째, ‘대리 결정(후견)’이 아닌 ‘의사결정지원’ 중심의 미래 설계이다. 법안은 부모 사후를 대비해 공공후견제도 활성화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UN CRPD 위원회는 후견제도가 장애인의 행위 능력을 제한한다고 우려하며, 이를 폐지하고 ‘의사결정지원제도
  (Supported Decision-Making)’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미래 설계 지원이 자칫 당사자의 의사를 배제한 ‘편의적 통제’나 ‘시설 입소’로 귀결되지 않으려면, 후견보다는 당사자의 의사와 욕구를 최우선으로 지원하는 법적 장치가 강화되어야 한다.

□ ‘장애인가족지원법’은 장애인의 권리와 가족의 삶 중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오랫동안 가족에게 전가된 무거운 짐을 국가가 나누어짐으로써, 장애인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자기 주도적인 삶을 살 수 있는 토대를 만드는 과정이다. 국회는 이 법안이 ‘가족의 희생’을 ‘사회의 권리’로 전환하는 실질적인 마중물이 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와 국제 인권 기준을 반영하여 법안을 더욱 단단하게 다듬어야 할 것이다.

2025년 1월 26일

장애와가족플랫폼 사회적협동조합, 미래장애인정책연구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