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가족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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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오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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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채연 작성일 24-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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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오빠 난 오빠의 하나뿐인 여동생 채연이야. 사실 부모님께 말고 편지 처음 써 봐서 정말 오글거리지만 오빠는 오빠 셋 중 가장 나와 친하고 내 친구같은 존재잖아? 그래서 친구에게 편지쓴다는 셈 치고 그동안 정말 전하지 못하고 앞으로도 전해지지 못할 이야기를 풀어보려 해. 솔직히 어렸을 땐 오빠가 발달장애를 가졌다는 걸 전혀 몰랐어. 비장애인과 구별이 안 갈 정도로 오빤 정말 평범했어. 그런데 오빠도 자신이 장애를 가졌다는 걸 알지 모르겠어. 부모님께서 말씀해주시지도 않았고, 난 밤에 이야기 하시는 걸 들었거든. 어릴 땐 오빠가 말도 못하고 그래서 어린이 집도 1년 더 다녔었잖아 난 솔직히 좋았어 친구처럼 나랑 같이 자동차 장난감 가지고 부릉부릉 놀던 게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 점점 클수록 오빠가 또래 오빠 친구들보다 좀 느리다는 걸 느꼈어. 오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는 도움반 그게 뭔지 모르겠고 수업시간을 빼고 갈 수 있는 게 그저 부러웠지. 더 크고 초등학교 고학년이 됐을 땐 내 친구들이 오빠에게 인사를 했었잖아. 오빠는 그 인사를 받아줬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조금 창피하기도 했어. 어렸을 땐 어려서 뭘 모르니까 괜찮았는 데 크니까 오빠가 장애를 가졌다는 게 친구들이 알게 될까봐 내 친구들과 인사를 주고 받는 게 싫었어.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했을 땐 좀 걱정이 됐어. 몇 달 잘 지내는 것 같더니 어느날 오빠가 손을 되게 떨었잖아. 같은 반 친구가 장난을 심하게 쳐서 그랬다는 걸 듣고 화가 안 날래야 안 날 수가 없었어. 인스타도 찾아보고 초등학교 졸업사진도 찾아봤지. 그 친구한테는 사과를 받았는 진 모르겠지만 집에 들어가기 전 오빠가 그 친구와 같이 있는 걸 봤어. 뭐? 친해졌다니. 오빠를 괴롭힌 친구랑 친구를 하다니. 더 짜증났어. 이제 착해졌다니 어이가 없어서. 오빠한테 오빠의 친구보고 뭐라했더니 오빠가 화 냈었잖아. 미안해 사실 오빠 친구를 비난하려 그런 게 아니였는 데 말이야. 정말 걱정 됐거든 또 괴롭힘 당하고 그럴까봐. 그래도 다행히 요즘은 친구도 많아지고 잘 지내는 것 같아 안심이 돼. 같이 축구도 하고 말이야. 그리고 또 오빠한테 사과해야 할 게 있어. 오빠랑 싸웠을 때 너무 화가나서 오빠한테 장애가 있다고. 장애인이라고 해버렸어. 장애가 나쁜 것도 아닌 데 말이야. 근데 오빠는 뭔 소리냐 했었지. 그래 모르는 거 같아. 다행으로 여겨야 하는 걸까. 난 오빠가 후에 장애를 가진 것에 대해 부끄러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나처럼 안 그랬으면 좋겠어. 애지중지 소중히 여겨줬으면 좋겠어. 정말 긍정적으로 생각하면 선물일 지도 몰라. 난 지금 일차부등식 활용을 학교에서 배우고 있어. 거기선 구하려는 값을 X로 설정하고 뭐가 더 유리한지, 정가가 얼만지,소금물의 양은 몇 그램인지 묻곤 해. 지루하고 짜증나기만 한 수학이지. 근데 오빠는 게임만 하고 그런 스트레스를 안 받잖아. 스트레스 안 받고 행복한 거지 뭐. 진짜 행복했음 좋겠어. 오빠는 게임만 하니까 어떻게 푸는지도 모를거야. 예를 들어오빠의 행복의 무게를 X로 두고 (게임했을 때의 행복)X + 게임에서 이겼을 때 > (공부했을 때의 행복)X + 내용을 이해했을 때 뭐 이렇게 식을 세운 다음 풀어보는 거야. 오빠는 어떻게 푸는 건지 모르니까 X가 어떻게 나올 지 모르지. 난 오빠의 행복(X)이 몇 톤이면 좋겠어. 그보다 더 많으면 좋겠어. 아는 무게단위 중 제일 무거운 게 톤이라 그런거야. 그래도 시험 진짜 얼마 안 남았으니까 공부는 조금만 좀 더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오빠는 느껴보지 않았을 다른 행복이야. 한번 쯤은 느껴봤음 해. 항상 고마워 나 대신 설거지도 해주고 밥도 차려줘서. 항상 감사해 내 오빠여줘서.